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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정부 100일… 무슨 일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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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정부 100일… 무슨 일 있었나

입력
2008.06.03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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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2월 25일 취임식에서 ‘선진화’ 원년을 선포하며 화려하게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에서 530만표 차이의 압승을 거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이 대통령이 내세운 실용주의는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여졌고, 기업인 출신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은 절정에 달했다.

이 대통령은 초기부터 특유의 불도저 스타일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공직자는 머슴이다”(3월 10일 업무보고) “의식 속의 전봇대를 뽑자”(3월 19일 인수위 간담회)며 앞장서 공무원사회를 다그쳤고, 직접 경찰서를 방문해 초등생 납치미수사건을 해결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국민들은 부지런하게 발로 뛰는 이 대통령의 현장중심 리더십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환호했다. 그 결과, 4ㆍ9총선에서 유권자들은 한나라당을 선택했고, 무난히 과반의석을 차지해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날개를 달아줬다.

하지만 안으로는 상처가 곪고 있었다. 친박의원들의 복당 문제 해결이 지연되고, 박근혜 전 대표와의 회동이 내용을 둘러싼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면서 이 대통령의 정치력에 빨간 불이 켜졌다. 참여정부에서 임명된 임기제 공공기관장에 대해 청와대와 장관들이 나서 사퇴를 요구하면서 원칙을 무시한 보복정치 논란도 불거졌다. 하강곡선을 그리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치욕적인 20%대로 추락한 것도 이 즈음이다.

결정타는 졸속으로 처리한 쇠고기 파동이었다. 한미 정상회담(4월 19일)의 성과를 자축하던 것도 잠시, 전날 미국과 전격 타결한 협상의 문제점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상황이 꼬였다.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5월 들어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거리에 나섰고 여론은 술렁였다. 특히 5월 7일 국회 쇠고기 청문회에서 ‘굴욕외교’의 진상이 드러나면서 민심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했다. 이 대통령이 22일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이고 사과했지만 성난 민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한 재협상을 주장하는 야권의 반대로 5월 임시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가 무산되면서 ‘민생국회’를 강조한 이 대통령의 ‘탈여의도식’ 실용주의도 빛이 바랬다.

더욱이 반전을 기대하며 야권이 표결에 부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부결되면서 쇠고기 파동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됐다. 이어 정부는 29일 보완조치를 거쳐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를 단행했고, 이에 반발해 야당 정치인들마저 장외투쟁을 선포하고 거리로 나서면서 이 대통령 취임 100일을 앞둔 정국은 시계 제로인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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