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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愛] '올해의 최우수 외환딜러' 권우현 우리은행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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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愛] '올해의 최우수 외환딜러' 권우현 우리은행 과장

입력
2008.06.0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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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넘게 원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1,040원대에서 오르내리던 지난주 초. 우리은행 외환시장운용부 권우현 과장은 외환시장 개장과 함께 거래기업으로부터 ‘1억5,000만달러를 사달라’(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개장초부터 환율은 오름세. 벌써 1,051원에 육박중이다. 권 과장은 업체에 “환율이 더 오를 것 같은데 1,051원에 맞춰주겠다”고 제안, 합의를 봤다. 그런데 웬걸, 순식간에 환율이 1,051원80전까지 치솟는다. 1,051원 위에서 달러를 사면 고스란히 권 과장이 손해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 환율은 겨우 80전 차이지만 손실액은 1억2,000만원이라는 계산이 순간 뇌리를 스친다. 하지만 고민도 잠시. 정부가 환율 급등을 막기위한 달러 매도개입에 나서면서 환율은 이내 급락세로 돌아섰다. 업체엔 미안하지만 이번엔 권 과장이 웃을 차례다. 이날 권 과장은 1,036전10원까지 수직낙하한 환율 탓에 ‘꽤 짭짤한’ 이익을 봤다.

온 나라가 환율 급등에 들썩이지만 환율이 오르건 내리건 개의치 않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외환딜러 들이다. 이들에게 오로지 관심은 ‘내 예상대로 환율이 움직이느냐’다. 급등락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지만 그렇다고 마냥 안정적인 환율도 이들에겐 ‘노땡큐’다. 돈 벌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올해로 만4년째 외환딜러 생활을 하고 있는 권 과장은 외환딜러들과 외환당국이 투표로 뽑은 ‘올해의 최우수 딜러’다. 수익률뿐 아니라, 경쟁자와 감독자에게도 인정받은 인성과 내공의 소유자란 얘기. 그가 전하는 외환딜러들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외환딜러는 생각만큼 많지 않다. 서울 외환시장에 활동중인 딜러는 대략 120~150명 안팎. 그 중에서도 활발히 거래하는 딜러는 20~30명이 고작이다. 신문이나 방송에 사람들로 북적이게 나오는 은행 딜링룸에서 실제 외환을 사고파는 딜러는 많아야 2,3명. 나머지는 기업의 주문을 받아 전달하는 식의 보조인력이다. 대략 하루에 200억달러 정도가 거래되는데 톱클래스 딜러 혼자서만 15억~25억달러를 사고팔기도 한다.

“서로 직장은 달라도 외환딜러들끼리는 꽤 친합니다. 평소 거래관계가 많은데다, 늘 붙들고 사는 게 외환인데 다른 사람을 만나면 얘기가 안 통해요. 스트레스도 풀 겸, 보통 일주일에 2, 3번은 저녁 술자리를 하죠”.

외환딜러가 하는 일은 시장에서 외환이라는 상품(원화와 달러화)을 사고 파는 일. 모든 장사가 그렇듯, 외환딜링도 남들보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게 목표다. 일견 단순해 보이지만 초 단위로 오르내리는 가격(환율)을 앞서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오죽하면 ‘환율은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나올까. 그래서 시장의 수요와 공급 흐름, 외환당국의 움직임 등 치밀한 정보분석은 물론, 오랜 경험과 동물적인 직감도 두루 필요하다. 최우수 딜러 권 과장도 하루에 3억5,000만원을 벌어보기도, 2억7,000만원을 날려보기도 했다.

스트레스는 외환딜러들의 영원한 동반자다. 매일 장 마감 직후 그날그날의 실적이 만천하에 공개되는 딜러들은 하루살이다. 며칠만 연달아 손해를 보면 대번에 무능력자로 찍히기 십상이다. 출퇴근은 이들에게 업무와 휴식의 구분선이 아니다. 서울뿐 아니라 런던, 뉴욕 등에서 24시간 거래되는 원ㆍ달러 환율이 이들에겐 실시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날아든다. 딜러들은 종종 밤사이 환율방향을 예측해 베팅해 놓는데 갑자기 방향이 달라지면 새벽에도 딜링룸에 달려나와야 한다. 잠을 자면서도 문자메시지가 올 때마다 수없이 깨기를 반복한단다.

권 과장은 얼마전 찾은 한의원에서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느냐. 스트레스 지수가 점검표 최고치인 환자는 처음 본다”는 말까지 들었다. 낮 시간에도 초 단위로 거래가 이뤄지니 늘 손은 체결 버튼 위에 가 있고 점심은커녕 화장실도 거르기 일쑤. 때문에 대다수 딜러들은 위장병, 변비 등을 달고 산다. 권 과장은 “딜러들이 최고 실적을 내는 기간은 길어봐야 3~5년 정도”라며 “체력이 떨어지는 40대가 되면 대부분 관리직 등으로 옮긴다”고 전했다.

하루에 수억원씩 버는 외환딜러는 월급도 많을까. 많기는 하지만 엄청난 수준은 아니라는 게 권 과장의 답이다. 거래 수익은 모두 은행의 몫이고 딜러들은 기본급에 더해 수익목표를 달성하면 연봉의 몇%를 인센티브로 주는 정도. 이론상 자기 연봉의 2배 이상은 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래서 대개 정규직인 국내 은행 딜러들은 안정적인 대신 연봉이 적고, 계약직인 외국계 은행 딜러들은 기본 연봉이 높아 수억원 수준은 받는다고 한다.

권 과장은 1995년 외환딜러를 하던 매형을 보고 처음 딜러가 될 것을 결심했다. 98년 은행에 들어와 재수 끝에 2002년 4명을 뽑은 행내 외환딜러 공모를 통과했다. 1년 여의 연수를 거쳐 天돈肉?입성, 기업 세일즈를 하며 기초를 닦았고 2004년9월부터 딜러 일을 시작했다. 준비기간까지 합치면 딜러가 되는데 대략 4년이 걸린 셈이다.

“막연히 생각했던 딜러업무와 실제는 상당히 다르더군요. 금융연수원에서 전문딜러 과정을 밟을 때는 스트레스 때문에 5주동안 매일 밥을 1끼 밖에 못 먹었어요”. 권 과장은 은행에 들어와 딜러전문 교육과정에서 40%, 나머지 60%는 직접 일을 하며 배운다고 했다. 특별한 전공이나 자격증 같은 건 아직 국내에 없다고 했다.

“딜러를 위한 기본 조건이요? 스피킹 능력을 포함한 영어실력과 체력은 기본이고요. 판단력과 순발력을 기르려면 평소 소액이라도 주식(장기투자 보다는 단타매매가 딜러 성격에는 맞는다)을 해 보는 것 정도랄까요”. 딜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주는 베스트 딜러의 권유다.

김용식 자 jawohl@hk.co.kr사진=류효진기자 jskn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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