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과세상/ '모든 것을 바꾼 사람' '전자기 법칙' 발견한 천재의 참을 수 없는 장난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과세상/ '모든 것을 바꾼 사람' '전자기 법칙' 발견한 천재의 참을 수 없는 장난기

입력
2008.06.03 00:21
0 0

/바실 메이헌 지음ㆍ김요한 옮김/지식의 숲 발행ㆍ320쪽ㆍ1만5,000원

뉴튼과 아인슈타인의 광채에 가려져 대중적 지명도는 덜하다. 그러나 학자들 사이에서는 “19세기 물리학의 가장 중대한 사건의 주인공”으로 일컬어지는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1831~1879)은 '재인박덕(才人薄德)'이라는 통념을 유쾌하게 뒤집었다.

“맥스웰 앞에 있다 보면 단 5분만에 전적으로 새로운 의견을 가지고 그와 대화를 나누게 되지 않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 정도였다.”(245쪽) 한 동료가 남긴 회고담이다. 그는 장난 걸 기회만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 같았다. 냉철한 과학 실험조차도 그의 장난기를 벗어날 수 없었다. 남을 난처하게 해서 웃음을 유발하는 식이 아니었다. 학문적 내용을 유머로 만들었다. 또는 학문 토론장의 긴장감이 높아진다 싶으면 스스로를 우스꽝스럽게 하는 식이었다.

정반대로 근엄하기만 한 에버딘의 마리셜 칼리지에 잠시 머무를 때의 그는 어떠했을까? “여기선 어떤 종류든 농담은 한 마디도 통하지 않아. 뭔가 농담이 생기거나 입이 근질거리면 혀를 질끈 깨물어야 할지도 몰라.”(136쪽) 통상 “19세기의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평가되는 ‘전자기학 법칙’을 발견한 주인공”이라 부르는 그의 이면이다.

어린 시절의 그는 이상한 말투에 촌스런 옷차림으로 에든버러 아카데미의 시골뜨기 취급을 받았지만, 호기심과 비상한 기억력으로 과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홀로 집에 있을 때면 책을 읽고 편지를 썼으며, 자신의 발견 결과를 정리하거나 또 다른 실험에 골몰했다. 자신의 주변에서 벌어진 일들을 재치 있는 시로 표현하는 버릇도 그 무렵 시작됐다.

책 속에는 곳곳에 그가 남겨둔 시를 인용, 과학도의 풍류는 어떤 것이었는지 알게 한다. 7년 연상의 부인 캐서린과 결혼하고 행복에 겨워 지은 시도 소개된다. “신선한 봄날에 당신은 참으로 내 것이 되겠죠/ 이 드넓은 세상에서도 …(중략)… 행복의 나날로 가는/ 우리만의 개울가에서 보내는 법을”(132쪽).

진리는 단순해서 아름답다. 그가 발견한 전자기 이론의 결정체인 ‘맥스웰 방정식’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의 토대가 되는데, 두 이론 모두 너무나도 간단 명료한 도식으로 압축된다. 맥스웰의 전자기 법칙은 아인슈타인의 대전제로도 불린다.

자연과학자이면서도 인문학적 위트를 세련되게 구사했던 것은 16세에 들어간 에든버러 대학 등 영국 특유의 학풍 덕이기도 하다. 문과ㆍ이과 구분 없이 라틴어, 그리스어, 역사, 자연사, 수학, 자연, 철학, 정신 철학(오늘날의 ‘철학’)을 이수하도록 한 것이다.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통섭’을 일찌감치 실천한 셈이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