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四川)성 지진 피해 복구에 다급해진 중국 정부가 지원물자를 실어 나를 일본 자위대 항공기 파견을 수용함으로써 수일 내 자위대 C-130 수송기 3대와 부대가 사상 처음 중국 땅을 밟는다.
일본은 이번 자위대 파견이 전후 60여년 양국 관계의 걸림돌이던 군사 교류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쟁시기 일본의 침략을 기억하는 중국 내 비난 여론도 만만치 않다.
29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중국 외교부는 27일 오후 베이징(北京) 주재 일본 대사관에 지진 피해 복구 물자 지원을 요청했다. 쓰촨성 강진 발생 직후 이미 자위대 항공기 수송을 포함한 다양한 지원 방안을 제시했던 일본에 중국 정부는 “물자 지원과 수송을 부탁한다”면서 “자위대를 포함해서 검토해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자위대의 해외 파병에 늘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고 지진 이후 일본의 자위대 지원을 거절했던 중국의 태도 변화에 놀란 일본 외무성과 방위성은 이 사실을 아프리카 정상들과 릴레이 회담에 분주하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에게 바로 보고했다. 아프리카 개발회의 현장으로부터 “알았다. 그렇게 해 주도록”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일본 정부는 민간 전세기도 검토했지만 신속한 대응을 위해 항공자위대 수송기가 최선이라고 결론 내렸다. 중국과의 협의가 끝나는 대로 지원용 천막과 모포, 의약품 등을 실은 수송기가 아이치(愛知)현 고마키(小牧)기지를 출발해 베이징이나 청두(成都) 공항에 물자를 내려놓게 된다. 물자를 지진 피해현장으로 옮기는 일은 중국이 맡는다.
자위대는 1992년 국제긴급원조법 도입 이후 해외 재난 구호활동에 모두 8차례 참여했다. 인도네시아 쓰나미 피해 지원 등 대부분 지진 피해 복구 지원이었다. 중국에는 부대 파견은 없었고 옛 일본군이 남긴 생화학무기 처리를 위해 자위대원 몇 명 보낸 게 전부였다.
일본은 “중일 군사교류를 진전시키는 데 이보다 좋은 기회가 없다”며 반기고 있다. 2005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방문해 두 나라 군사교류 촉진에 합의한 뒤 지난해부터 중국 국방부장의 방일과 중국 해군 구축함 첫 일본 기항 등 양국군 교류의 물꼬가 트였다. 올해는 일본 방위성 장관의 중국 방문과 해상자위대 군함의 첫 중국 방문도 계획돼 있다.
하지만 중국 여론이 곱지만은 않다. 일간 칭녠바오(靑年報) 인터넷판 보도에 불과 수시간만에 달린 400건이 넘는 댓글 중에는 정부의 자위대 수용을 반대하는 글이 절반을 넘었다. “인민해방군의 피가 마르지도 않았는데 일본군을 중국 땅에 들이는 것이냐”는 감정적인 비난이 있는가 하면 “도움은 환영하지만 자위대가 아닌 다른 방법은 없느냐”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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