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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따오기

입력
2008.05.30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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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따오기를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환경올림픽인 ‘2008 람사르 총회(10월 27일부터 9일간)’를 유치한 경상남도는 이 따오기를 람사르 등록습지인 우포늪에 복원할 계획이다. 황새목 저어새과의 따오기는 1960년 국제조류보호회의(ICBP)의 보호대상에 들었고, 98년엔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이 멸종위기 적색리스트에 등재한 세계적 희귀조다. 우리나라에선 68년 5월 천연기념물(198호)로 지정됐으나, 79년 경기 문산지역 DMZ에서 관찰된 뒤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보일 듯이 보일 보이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 내 어머니 가신 나라 해돋는> 한정동(韓晶東ㆍ1894~1976)씨의 시에 윤극영(尹克榮ㆍ1903~1988)씨가 곡을 붙였다(1925년). 일제가 ‘조선인의 애환’이라며 금지해 해방 후에나 자유롭게 불렀다. 1960년대 대표적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 의 주제곡으로 더욱 가슴에 박혔다. 따오기는 ‘당시의 한국인처럼’ 착하고 순진하여 포식자에 대한 방어능력이 부족해, 영국의 조류학술지에 ‘쉽게 사냥꾼의 밥이 되는 멍청한 새’로 소개돼 있다.

■몸은 희지만 날개의 아래와 속이 부리와 함께 빨간 색이어서 비행할 때의 색깔은 붉은 빛이 많다. 홍학(紅鶴) 또는 주로(朱鷺)라 불리는 이유다. 동요에 등장할 정도로 동북아시아에선 흔한 새였었다. 중국은 1978년 산시성(陝西省) 양시엔(陽縣)에서 발견된 따오기 7마리를 국제조류학회의 지원으로 1,000여 마리로 번식시켜 이 중 500마리 정도를 야생에 돌려보냈다. 일본에서도 81년 이후 사라진 것을 99년 중국의 장쩌민 주석이 방문했을 때 한 쌍을 얻어 인공부화로 100여 마리로 늘렸고, 올 가을엔 자연에 방조(放鳥)까지 할 계획이다.

■후진타오 주석이 이번에 따오기를 기증키로 한 데는 복원운동을 주도해온 창녕군과 창녕고교 학생들의 공로가 크다. 이들은 이미 2005년 중국 산시성을 방문, 따오기 한 쌍에 ‘창녕’과 ‘우포’라는 이름표를 달아놓고 미리 찜을 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람사르 총회를 앞두고 전국적인 따오기 복원 서명운동까지 펼치고 있는 이들은 지난달 다시 산시성을 방문했고, 따오기를 창녕군에 분양하겠다는 협정(?)을 체결하게 됐다. 반갑지만 걱정이 하나 있다. 대운하 공사를 하면 낙동강 수위가 높아져 우포늪 습지가 사라질지 모른다지 않는가.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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