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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 일러스트 선정성 논란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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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 일러스트 선정성 논란 재점화

입력
2008.05.30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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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림책의 일러스트가 악인을 지나치게 예쁘게 묘사하거나 선정ㆍ엽기적이어서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것일까.

지난 봄호에서 우리 그림책의 위해성을 비판한 동화작가 채인선씨의 글을 실었던 계간 ‘창비어린이’가 여름호에서는 동화작가인 김장성 사계철출판사 그림책 주간과 그림작가 이종미씨의 반론을 게재하면서 논쟁에 불을 붙였다.

채씨는 ‘이런 옛 이야기 그림책이 필요할까’ 라는 글에서 옛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재구성한 <해님 달님> (국민서관) <여우누이> <호랑이 뱃속잔치> (사계절) 등의 일러스트를 적시하며 ‘아이다움을 잃은 그림책’이 가져올 위해성의 문제를 제기했다. 채씨가 제기한 비판은 크게 두 가지다.

이들 작품에서 악(惡)의 역할을 하는 호랑이와 여우 등이 세련된 일러스트를 그리려는 작가들의 욕심 때문에 너무 예쁘게 그려져 권선징악의 메시지가 흐려지고 이야기의 진실이 묻힐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말의 똥구멍에 손을 쑥 집어넣는 여우 그림이나 호랑이 배 속살을 온갖 동물 모양으로 잘라 구워먹는 소금장수, 대장장이 등에서 볼 수 있듯 일러스트가 선정적이고 엽기적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주간은 ‘비평과 비방사이’ 라는 글에서 “이는 채씨가 공적인 비평에서 주관적 느낌 만으로 논지를 전개한 것”이라며 “그의 논리는 나쁜 놈은 마땅히 밉게 그려야하고 착한 영웅만 예쁘게 그려야 한다는 도식적인 편견을 담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아이들이 보호하고 계몽하고 가르쳐야할 대상이라는 관점과 스스로 세상과 부딪히고 깨달으며 성장하는 주체로 보는 관점이 양립하면서 긴장관계를 이룰 때 비평이 건실할 수 있다”며 동화책 작가들의 고식적인 계몽주의적 태도를 경계했다.

한편 <해님달님> 의 그림작가인 이씨는 ‘이해의 지평을 넓히자’ 는 글에서 “의미 없는 미화는 장식”이라는 채씨의 비판에 대해서도 이는 그림책이라는 매체 고유의 존재의의를 간과한 비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림책 속 일러스트는 텍스트와 별개로 미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그림책에서 그림의 아름다움을 등한시하고 가치관이나 이념만을 내세우는 것은 물고기 없는 수족관을 아이들에게 구경시키는 것과 같다”며 “각자가 열린 마음으로 이해의 지평을 넓혀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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