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거라면 뭐든 다 올랐다. 장보기 겁난다.”
29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을 찾은 주부 유미영(32)씨는 식재료 가격표를 일일이 비교해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사리 100g이 지난달 보다 200원 오른 2,180원이었다. 광우병 파동이후 자주 찾는 두부 가격도 올랐다. 손두부는 수입산 국내산이 함께 200~300원 상승했다. 양파는 6개 들이 2,100원 하던 것이 최근엔 2,600원으로 뛰었다. 마트 판매원은 “최근 경유가격이 상승하면서 재배와 운송비용이 올라 야채 판매가격도 올랐다”고 말했다.
평소 커피를 즐긴다는 유씨는 스틱형 180개 들이 대형포장을 집어 들다가 가격이 10%이상 상승한 2만1,000원인 것을 확인하고는 슬그머니 내려놓았다.
장바구니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야채 뿐 아니다. 연초 국제 밀가루 가격이 크게 상승한 데 따른 원가상승분이 가공식품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자류 코너에서 만난 김 모(40)씨는 “초등학생 아이에게 간식 사주기가 겁난다”고 말했다. 라면을 사던 우수정(22)씨는 “정부에서 경제를 살린다지만 뭘 했나. 물가 잡는 데 정부 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고 유가에 맞물린 운송비 증가와 밀가루값 전분당 초콜릿 등 수입 원재료 값 인상 영향으로 과자 아이스크림 음료 위스키 등 주요 식품류의 값이 줄줄이 뛰고 있다.
오리온 초코파이 12개입 한 상자는 최근 2,800원에서 3,200원으로 올랐다. 오리온 '초코송이'와 '초코칩쿠키'가 각각 500원에서 600원,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올랐다. 제조사의 공급가 인상 여파에 대형마트의 유통마진 확대가 맞물려 지난 2월 2,600원 하던 농심 신라면 120g 5개 짜리 묶음은 이날 현재 3,000원 안팎으로 올라 증가율이 15.4%를 상회한다.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되 중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가격 인상을 시도하는 사례도 많다. 오리온 '도레미'의 경우 값은 1,200원 그대로였으나 용량은 67g에서 55g으로 줄었다. 오리온 '썬'(500원, 43g → 38g)과 농심 '칩포테토 짭짤'(1,000원, 65g → 56g), 크라운 '쿠크다스화이트'(3,600원, 304g → 240g), 크라운 '딸기산도'(4,000원, 408g → 323g)도 마찬가지였다.
빙과류의 가격 상승폭도 크다. 롯데삼강은 최근 돼지바, 초코퍼지, 알초코바 등 대표 제품의 용량을 조금씩 늘리면서 가격도 500원에서 700원으로 올렸다. 롯데제과의 빙빙바, 스크류바, 죠스바, 수박바, 누크바도 500원에서 700원으로, 월드콘은 1,200원에서 1,500원으로 각각 올랐다. 해태제과는 지난 3월 빙과류와 과자류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빙그레는 이달들어 생귤탱귤과 키위아작, 캔디바 등 바 제품 가격을 500원에서 700원으로 올렸다. 빙그레는 올해 초 아이스크림콘 제품을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참붕어싸만코와 빵또아는 각각 8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린 바 있다.
위스키값도 곧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진로발렌타인스의 대표 위스키인 임페리얼 12년산(출고가 2만 1,885원)은 내달 6% 안팎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진로발렌타인스는 2000년 이래 이 제품값을 한번도 올린 적이 없다. 임페리얼 17년산(3만 2,857원)도 5% 안팎의 인상이 검토되고 있다. 디아지오의 윈저 12년(2만 1,890원), 17년산(3만 2,879원)도 각각 5%, 6% 선의 가격 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업계는 이번 가격 인상이 지난해 말 세계 곡류가 급상승분을 반영한 것으로 올해 안에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없다고 말한다. 빙그레 홍보팀 조용국 팀장은 “이물질 파동이나 식품첨가물 문제 등으로 제과업체가 위축돼있어 이번 가격인상이 소비자들을 더 멀어지게 하지 않을까 고민이 많았다”면서 “다만 빙과류의 경우 초콜릿이나 땅콩 탈지유 등 수입곡물 의존도가 워낙 높아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홍기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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