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고시를 발표하자마자 전국에서 정부 조치를 비판하며 고시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와 격렬한 시위가 잇따랐다. 서울에서는 촛불집회에 대학생과 노동자 등이 합세해 1만여명이 도심 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30일 새벽까지 이어져 시위대와 경찰이 곳곳에서 대치했으며, 부산 광주 울산 등에서도 시위가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정부 고시 발표 이후 상황을 대비한 듯 대학생과 노동자 등이 다수 참가했다. 특히 그 동안 촛불집회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던 고려대 성균관대 중앙대 등 서울지역 주요 대학 총학생회 소속 학생 1,000명이 집회 시작 1시간 전인 오후 6시부터 서울광장으로 모여 들었다. 이들은 촛불집회 내내 강경 분위기를 주도했으며, 오후 8시 30분부터 중구 소공동과 명동, 종로 일대에서 벌어진 가두 시위를 선두에서 이끌었다.
학생들과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도심 거리를 행진하며 '협상 무효' '고시 철회'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거리 시위에 참가한 대학생 김모(25)씨는 "정부가 국민에게 '한 번 해보자'고 선전포고를 한 것이나 다름 없다"며 "국민의 분노와 반감이 걷잡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서울광장과 광화문 일대에 78개 중대 7,000여명을 배치했다. 경찰은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시위대가 광화문을 지나 청와대와 미국대사관 방향으로 진출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들은 기동대 버스로 도로를 차단한 경찰을 향해 "집에 가게 해 달라"며 강하게 항의해 경찰과 집회 참가자 사이에 긴장이 조성되기도 했다.
시위는 수도권과 지방에서도 잇따랐다. 특히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1,000여명은 미국산 쇠고기를 보관 중인 수도권 일대 냉동창고 주변에서 쇠고기 반출 저지 시위를 벌였다. 민주노총 조합원은 이날 오전부터 미국산 쇠고기 2,068톤이 보관된 경기ㆍ인천 지역 12개 냉동창고에 모여, 장관 고시가 시행되면 쇠고기 반출을 실력으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경기경찰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 용인(4곳)과 광주(6곳), 이천(1곳), 화성(1곳) 등의 냉동창고에 각 1개 중대(100여명)씩 모두 12개 중대를 배치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촛불집회를 통해 확보한 동력을 바탕으로 6월부터 7월말까지 이어지는 단체교섭 등에서 노동자의 권익을 최대한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광주, 대전 등 전국 100여 곳에서도 시민단체 회원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촛불집회가 열렸다. 대부분 지역에서는 비교적 평화롭게 집회가 열리고 마무리됐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흥분한 참가자들이 가두 시위를 시도해 이를 막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청은 이날 시위를 막기 위해 서울(7,000명) 등 전국 각지에 총 105개 중대 9,000여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박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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