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고속도로 의문사' 사인 의혹 증폭/ 한 명서만 복어毒… 한 명은 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고속도로 의문사' 사인 의혹 증폭/ 한 명서만 복어毒… 한 명은 왜?

입력
2008.05.30 02:24
0 0

제2중부고속도로 갓길에 정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된 골퍼 2명 중 박모(48ㆍ골프의류판매업)씨가 복어 독 성분을 섭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복어 독 성분은 함께 숨진 김모(50ㆍ이비인후과 의사)씨가 중국에서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김씨에게서는 복어 독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 의문은 다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 테트로도톡신 검출

29일 경기 광주경찰서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에 따르면 박씨의 구토물과 위 내용물, 박씨가 마신 홍삼드링크병, 박씨 등이 사망하기 직전 고속도로 휴게소에 버린 주사기와 주사바늘, 플라스틱 용기(1㎖)에서 복어 독 성분인'테트로도톡신'이 검출됐다. 그러나 구토를 하지 않은 김씨의 위 내용물과 그가 마신 홍삼드링크병에서는 이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

테트로도톡신은 복어 알과 간에 특히 많은 물질로, 독성이 청산가리의 1,000배에 달하는 맹독성 물질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0.4~0.5㎖만 사용해도 사망할 수 있다.

국과수 임미애 약독물과장은 "국내에서는 연구시료용으로만 사용되며, 그것도 외국계 시약회사에서만 제한적으로 구입할 수 있다"며 "국내에서 의약품 개발이나 의료용으로 사용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개인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이야기다.

■ 의사 김씨가 중국서 구입

경찰은 김씨가 사망하기 3일 전인 지난달 24일 재중동포인 박모(46)씨에게 500만원을 입금하고 중국 다롄시에 있는 '생물제조회사' S사가 제조한 약물을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김씨는 특히 박씨에게 의사면허증과 여권 사본, 심지어'국소마취제로만 사용하겠다'는 내용의 각서까지 써주고 이 약물을 구입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돈을 먼저 줬는지, 나중에 줬는지 박씨가 진술하지 않고 있으며, 어떤 경로로 이 약물이 국내로 반입될 수 있었는지는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경찰과의 국제전화 통화에서 "김씨는 2006년에도 내게 30~40만원을 주고 테트로도톡신 1㎖를 구입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박씨는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한 진술은 피하고 있어 수사에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박씨의 진술이 이번 사건 수사에 필수적이라고 보고 중국 공안에 수사협조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경찰 수사와 의문점

경찰과 국과수는 테트로도톡신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김씨의 사인을 규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숨진 두 명 중 한 명에게서만 사인과 직결된 독극물 성분이 발견된데다, 이 독극물을 김씨가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과수 관계자는 "김씨의 경우 '제3의 약물'로 인해 사망했다기 보다는 박씨와 같은 약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테트로도톡신의 경우 최근 호흡기나 피부점막 등을 통해서도 인체에 흡수된 해외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직접 마시진 않았다 해도 냄새를 맡거나 피부에 묻어서 사망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약물 성분이 혈액에 남아 있다 해도 이것을 찾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힘들다"며 "다음달 중순 최종감정서를 제출할 때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박씨가 섭취한 홍삼드링크병에서만 테트로도톡신이 검출된 점, 주사기와 주사바늘 및 플라스틱 용기 등에서 같은 성분이 나온 점, 휴게소에 혼자 들어갔던 김씨에게서는 테트로도톡신이 검출되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테트로도톡신을 구입한 김씨가 플라스틱 용기에 이 성분을 담아온 뒤 주사기로 박씨가 마실 홍삼드링크병에 넣었다는 추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은 고교선후배 관계인 이들 사이에 금전문제 등 원한관계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김씨가 박씨를 살해하고 자살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한가지 사실은 박씨에게선 테트로도톡신이 검출됐고, 이 독극물을 김씨가 구입했으며, 김씨에게선 이 독극물 성분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박씨의 타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가 2006년 구입한 테트로도톡신의 사용처 및 구입 동기도 수사하고 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강희경기자 kbstar@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