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앤 더 시티> 는 단순히 영화가 아니다. 거대한 문화 현상이며 산업이다.’ 섹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인기 TV드라마를 영화화한 <섹스앤더시티: 더무비> 의 미국 개봉(30일ㆍ국내는 6월 5일)에 맞춰 이 드라마가 갖는 경제적 효과에 대해 내놓은 논평이다. 1998년 6월 미 케이블방송 HBO를 통해 첫 방송된 이후 6년에 걸쳐 전 세계 200개국, 3,900만명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된 이 메가 히트작은 시리즈 완결 4년 만에 다시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제작사 뉴라인시네마가 ‘여성들의 슈퍼볼’이라고 자신할 정도로 전 세계 애호가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섹스앤더시티:>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배급사 맥스무비가 26일 펼친 특별사전 예약이벤트는 사상 최단시간인 6시간 만에 매진됐다. 옥션 등 온라인쇼핑몰은 29일부터 ‘섹스앤더시티’ 마케팅에 돌입했다.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 박재항 수석연구원은 “지금 국내서 가장 각광 받는 마케팅 키워드 ‘골드미스’ 조차 이 드라마의 후광을 입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 “박스오피스 효과를 생각하면 영화개봉 이후 뉴요커 스타일의 소비문화에 대한 관심은 더욱 증폭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섹스 이펙트’ 라이프스타일 전반 파급
이 드라마는 첫 방송 이후 줄곧 마케팅 분야의 광맥으로 군림했다. 성 칼럼니스트 캔디스 부시넬이 뉴욕옵저버지에 연재한 동명의 칼럼을 원작으로 4명의 자유분방한 뉴요커들이 일과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는 패션과 외식, 여행, 출판, DVD 등 다양한 산업 분야서 ‘섹스 이펙트’라고 불리는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
마놀로 블라닉은 1971년부터 구두를 내놓았지만, 주인공인 캐리 브래드쇼(사라 제시카 파커)가 스틸레토를 신고 나온 뒤부터야 유명세를 얻었다. 사라 제시카 파커는 드라마 성공으로 패션디자이너 겸업을 선언했다. 패션 아이콘적 이미지를 바탕으로 저가 의류브랜드 ‘비튼’을 런칭했고 자신의 향수 ‘러블리’를 1억5,500만달러 어치나 팔아치웠다.
관능적인 마케팅 전문가로 나온 킴 캐트럴은 극중 이미지를 십분 활용, <섹슈얼 인텔리전스> 와 <만족: 여성 오르가슴의 예술> 이라는 책을 출판, 37만부 이상을 판매했다. 만족:> 섹슈얼>
HBO의 DVD 판매 수익은 수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HBO는 2004년 시리즈 판권을 타임워너의 케이블방송 TBS에 한 에피소드당 75만달러를 받고 팔았으며, 전 세계 200개 국에 이 드라마를 수출했다. 뉴욕 여행업계의 수익도 짭짤했다. 드라마에 나왔던 바와 가게들을 둘러보는 1인당 40달러짜리 버스 투어는 주당 약 1,0000명이 이용하는 히트상품이 됐다. 최대 12명의 여성들이 드라마 처럼 뉴욕을 체험하는 항공권 포함 1인당 1만5,000불짜리 여행상품도 나왔다.
해외 구매대행, 브런치 문화 발달
드라마 효과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분야는 해외 구매대행 쇼핑몰. 옥션 해외쇼핑팀 성현주 팀장은 “여성 타깃 ‘미드(미국 드라마)’의 효시이면서 뉴욕 스타일을 전파해 해외 구매대행 쇼핑몰의 활황세를 이끈 기폭제가 된 드라마”라고 평가했다. 현재 해외 구매대행시장 규모는 연간 8,000억원에 달한다. 관련 업체도 2004년 4개에서 2007년 496개로 폭증했다.
외식업계에선 뉴요커 스타일의 캐주얼한 브런치 문화가 자리잡았다. CJ푸드빌의 브런치 레스토랑 ‘더 플레이스’는 샐러드를 원하는 만큼 접시에 담아 무게를 따져 돈을 내는 뉴욕 샐러드 바 스타일을 채용했다. 홍보담당 신민정씨는 “경쾌하면서 세련된 뉴요커 스타일에 맞춰 인테리어도 천정의 배선을 그대로 노출하는 등 간결하게 꾸미는 것이 트렌드”라고 소개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즐겨 찾던 레스토랑 ‘페이야드’를 최근 본점 하늘정원에 오픈했다.
PMP 판매의 급증도 미드의 인기가 주원인으로 보인다. 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PMP판매량은 15만8,000개에 달했고, 특히 미드의 주 소비층인 여성 구입비중이 2005년 15%에서 2007년 30%, 올해 40%로 급증했다.
‘영혼을 파는 소비’에 대한 고민도
하지만 소비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꿔놓는 놀라운 마케팅 파워의 이면에는 ‘브랜드에 영혼을 파는 소비문화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엄존한다. 캐리 브래드쇼 등 여성 주인공들의 관심이 오직 ‘섹스’와 ‘명품 구입’에 치중된 데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제일기획 박 연구원은 “수많은 해외 브랜드들이 드라마와 함께 국내에 수입되고, 극중 인물들이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명품화하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면서 “영화는 드라마 보다 더욱 상업적인 전략이 강조되기 때문에 노골적인 PPL 등으로 논란이 격화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옥션 ダ궐?차장은 “미국산 쇠고기는 반대해도 미국식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동경은 갈수록 커지는 것도 미드의 영향 탓”이라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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