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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힘' 다인종시대 희망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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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힘' 다인종시대 희망쏘다

입력
2008.05.30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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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눅색인(미국 원주민의 한 부족)이자 중국인이면서 프랑스인이자 스코틀랜드인입니다.”

미국에서 다인종문화운동을 이끄는 루이 공(33)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그는 혼혈민족센터(Mixed Heritage Center)를 설립해 워크숍, 강의, 전시회 등을 하며 흑백과 동서양이 뒤섞인 다인종(multiracial) 세대의 권익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흑인도 백인도 아니며 동양인인지 서양인인지 스스로도 정의하기 힘든 혼혈인의 정체성 찾기 운동을 하는 것이다.

흑백 혼혈 출신 버락 오바마 민주당 의원의 등장으로 미국에서 멸시 받아온 다인종 세대가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MSNBC가 28일 보도했다. 오바마 의원의 등장이 흑백 인종 문제 뿐 아니라 그 동안 소외된 미국 내 다인종 문제를 끄집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다인종 인구는 지난해 6월 현재 485만여명으로 미국 전체 인구의 2%에 불과하지만 2000년과 비교할 때 불과 7년 만에 인구가 25%나 늘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민족이 이주해 ‘인종의 용광로’로 불리는 미국에서도 혼혈인은 인종 문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백인 뿐 아니라 흑인이나 동양인 커뮤니티에서도 민족적 결속력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배척을 받아왔다. 1967년까지 미국 내 16개 주에서 인종간 결혼이 금지됐으며 혼혈인 인구통계도 2000년에야 처음으로 나왔다.

MSNBC가 소개한 이들의 고충은 다양하다.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를 둔 사라 데일은 “나를 백인으로 아는 친구들이 흑인을 욕하면 매우 불편해진다”며 “나도 이들 사이에서 장단을 맞춰야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혼혈인은 “피부색이 다른 친척으로부터도 따가운 시선을 받아 가족과도 관계가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루이 공은 “혼혈인은 특정한 인종적, 민족적 집단이 아니다”며 “이들을 묶을 수 있는 것은 사회에서 소외받았다는 공통적인 경험”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오바마 의원의 등장을 새로운 인종의 시대를 여는 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혼혈인 관련 13개 시민단체 지도자들도 최근 노던 캘리포니아에서 회의를 갖고 다인종 운동을 확대하는 데 노력하기로 했다. 백인 여성과 결혼해 혼혈아를 둔 흑인 우다드씨는 “모든 미국 인종을 포괄하는 사람이 대선 후보로 나오는 것을 꿈꿔왔는데 오바마가 그런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혼혈인에게 미국이라는 인종적 용광로는 다양한 원료를 녹여 단일한 제품을 뽑아내는 주물이 아니라 다양한 원료가 뒤섞여 또 다른 문화를 창조하는 곳이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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