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광우병 논란을 야기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검역주권을 확인하는 선에서 확정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는 사실 출발점부터 잘못 서 있었다. 3일부터 시행될 개정 수입위생조건도 지난달 18일 한미 양국이 타결한 기본틀을 흔들지는 못했다. 극에 달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잠재울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하지만 불가능할 것 같던 검역주권 명문화가 이뤄지는 등 전혀 개선이 없는 것도 아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29일 확정 고시 의뢰한 개정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은 월령 제한 없이,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을 제외한 모든 부위를 수입한다는 기본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
농식품부가 확정 고시를 2주나 연기하는 진통을 겪으며 입안예고안에서 수정한 핵심 내용은 미국에서 광우병 재발시 수입중단 조치 보장, SRM 기준을 미 내수용과 일치시키는 등의 한ㆍ미 추가협의 결과를 부칙에 추가한 점이다. 신설된 부칙 5항과 6항에는 ▦SRM 정의와 관련, 미 정부는 미국 내에서 도축되는 모든 소로부터 미국 규정에 정의된 SRM을 제거하고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는 경우, 한국 정부는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20조 및 세계무역기구(WTO) 동식물검역(SPS)협정에 따라 수입중단 등 필요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갖는다는 점이 명문화됐다.
검역주권 등 신설 부칙 조항은 한미 양국의 추가협의 결과 지난 20일 통상장관의 교환 서한 형식으로 합의ㆍ명문화했던 사안이다. 그러나 검역주권이 개정 수입위생조건과 별도의 외교문서에 명문화됨으로써 분쟁 발생 시 효력에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정 승 농식품부 식품산업본부장은 “입안예고기간 제출된 337건 의견을 검토한 결과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 시 검역주권 행사 등 대응책과 SRM범위 관련 문제 제기가 가장 많았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미측과 사실상 재협상에 가까운 추가 협의를 해서 그 결과를 부칙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개정 수입위생조건의 고시와 동시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범위는 현행 30개월 미만 살코기에서 미국 내 소의 모든 식용부위와 식용부위에서 생산된 제품으로 확대된다. SRM과 기계적 회수육 및 30개월령 이상 도축소의 머리뼈와 등뼈에서 생산된 선진회수육만 수입이 금지된다. 캐나다 등 다른 나라에서 태어난 소일지라도 도축에 앞서 100일 이상 미국내에서 사육된 경우도 수입될 수 있다.
부칙에 광우병 발생 시 ‘수입중단’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담았지만, 원칙적으로는 미국에서 광우병 발병만을 이유로 즉각 수입중단 조치를 취할 수 없다. 수입중단 권리가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의 조치를 규정한 수입위생조건 5조는 지난달 18일 타결된 한미협상 결과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의 광우병 지위 등급을 광우병 위험 통제국에서 변경하는 경우에는 미국산 수입을 중단할 수 있다.
문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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