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실용외교가 도전받고 있다.
창조적 실용외교를 기치로 한미동맹의 복원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과의 협력확대를 꾀하려던 이명박 정부의 대외정책이 미국산 쇠고기 파동을 계기로 한 반미감정 악화, 일본의 독도문제 도발,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중국의 불만 표출 등으로 곳곳에서 삐걱거리고 있다. 자연 실용외교의 정책방향과 전략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이나 자주외교 노선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명박 정부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남방3각 협력의 강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분명한 노선은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상 필요한 ‘전략적 모호성’을 상실하는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의 50년 동맹관계를 바탕으로 한국이 한반도 상황관리를 하고 있는 것은 어느 주변국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라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한미관계는 더욱 공고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이나 대통령 취임식 이후 한미관계 강화와 21세기 전략동맹 등 한미관계의 진화 방향, 한미일 3각 협력을 공개적으로 내세움으로써 주변 강대국을 긴장시켰을 가능성이 있다. “냉전시대의 군사동맹으로는 역내 안보상황을 다룰 수 없다”는 중국 외교부 친강 대변인의 언급은 돌출발언이 아니라 한미동맹 강화에 대한 경계심을 표출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새 대통령이 선출된 러시아가 우리측과의 정상회담 일정을 아직 잡지 않고 있는 것도 한국의 외교노선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우리의 노선이 미국과 일본에는 ‘아쉬운 쪽은 한국’이라는 인식을 심어줬을 가능성도 있다. 일본이 외무성 홈페이지나 중학교 사회과 교사용 지침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명시하려는 배경에 노무현 정부 이후 냉각된 한일관계를 회복하려는 방침을 세운 우리측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떠보려는 의도도 없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대북 상호주의와 맞물려 한미동맹 강화를 외치는 우리 정부의 입장이 미국에게는 요구수준을 높일 계기로 작용했을 개연성이 높다. 우리 국민의 식문화를 고려하지 않고 특정위험물질 수입 허용까지 합의한 쇠고기 협상이 대표적인 예다.
창조적 실용을 내세웠지만 한때 적대적이었던 주변국에는 경계심을 자극하고, 전통적 우방에는 ‘물렁하게 보이는’ 역효과를 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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