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조선업계가 발주량 급감, 후판가 인상, 고유가 3중고에 시달리는 있는데도 우리나라 조선 ‘빅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성장은 거침이 없다. 세계 조선업계가 지난해를 정점으로 하향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국내 조선업체들은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오히려 ‘과점 체제’를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조선ㆍ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은 최근 분석자료에서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 1억5,300만GT(화물 총량)로 정점을 찍은 후 올해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7,000만GT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부터 선박 발주량이 작년의 절반 이하로 떨어져 조선업계가 장기 불황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런 비관적 전망에도 불구, 국내 조선 3사 수주량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부동의 세계 1위인 현대중공업은 올 들어 4월 말까지 수주액(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이 97억4,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47억5,000만달러)의 두 배를 넘어섰다. 삼성중공업도 6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수주액(54억달러)을 이미 넘어섰고, 대우조선해양은 49억달러로 지난해(51억달러)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총 발주량 급감에도 불구하고 국내 업체들의 수주가 늘어나는 것은 경쟁 상대인 중국 조선업체들이 납기 지연으로 선주의 신용을 잃은 데다, 초대형 컨테이너선ㆍ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비중이 늘면서 기술력이 뛰어난 국내 업체에 주문이 쏠리기 때문이다. 올 들어 중국 조선업계가 납기를 어긴 배가 200척이 넘어 유럽과 아시아 주요 선주들의 불만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국내 조선업체의 경우 현대중공업이 27일부터 1주일 새 7척의 명명식(命名式)을 하며 세계기록을 세우는 등 기술력은 물론, 배를 만드는 속도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최근 세계경제의 ‘암초’로 유가 급등도 국내 조선 빅3에는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유조선과 드릴십(선박형 시추설비) 수주가 급증한데다, 대체 수요로 LNG선 발주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해운사들이 유가 절감을 위해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를 서두르고 있어 조선 3사는 ‘나홀로 호황’을 이어갈 전망이다.
실제 드릴십의 경우 2005년 이후 발주 물량(32척) 전량을 삼성중공업(23척), 현대중공업(2척), 대우조선해양(7척)이 싹쓸이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브라질 페트로브라스사 등이 향후 40척 이상의 드릴십을 발주하겠다고 발표해 수주 호황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또 나이지리아와 이란이 대규모 LNG선 발주를 계획하고 있어 LNG선 건조 분야에서 최고 기술력을 가진 국내 조선 3사가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배를 만드는 철강재인 후판 가격 인상으로 채산성이 악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넘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한국 대형 3사의 경우 선주들과 계약을 하면서 미래의 후판 가격 인상분을 예측해 적용하기 때문에 피해가 거의 없다”며 “원화가치 하락과 조선가 상승을 감안하면 이익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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