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는 마지막까지도 파행으로 저물고 있다. 2004년 말 임기 첫해 이른바 ‘4대 개혁입법’을 둘러싼 격한 대립으로 시작했던 17대 국회는 끝장면에서도 대립을 반복하며 막을 내리게 됐다.
여야는 17대 국회 임기가 하루 남은 28일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과 한미 쇠고기 재협상 문제 등을 두고 날선 대치를 거듭했다. 서로 각자의 주장만 하며 상대방을 비난하는 모습에선 소통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한나라당은 이날도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위해 야당을 압박했다. 그러나 압박만 있을 뿐 진전은 없었다. 강재섭 대표는 “민주당이 국익을 위한 결단만 내린다면 아직 비준안을 처리할 시간이 있다”며 “민주당이 쇠고기 뒤에서 촛불구경이나 장외투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동안 우리 경제는 시퍼렇게 멍들어간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통합민주당에 양당 대표 및 원내대표가 모이는 ‘4자회담’도 제안했다. 그는 임채정 국회의장을 향해서도 “끝내 (직권상정을) 거부한다면 국익을 외면한 국회의장이라는 오명을 씻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야당은 국익과 반대되는 쪽으로 역주행을 하고 있다”며 “당장 멈추고 되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오후엔 의원총회를 열고 FTA 비준안 처리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어 원내대표단은 직권상정을 촉구하기 위해 국회의장실도 찾았으나 임 의장의 부재로 면담은 불발됐다.
그러나 야당은 더 강경해졌다. 피해대책 마련과 쇠고기 재협상 없인 FTA 비준안 처리는 불가하다는 입장에 한치 변화가 없다. 4인회담 제안도 일축했다. 그러면서 여권이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이 정부는 쇠고기 문제의 본질적 해결은 하지 않고 치안문제로만 접근하려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벌이고 있다”며 “재협상을 통해 잘못된 것을 고쳐야 민심을 수습할 수 있는데 광우병 괴담에 이어 배후조종 운운하며 공안정국으로 몰고가려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평화적 촛불문화제에 대한 정부 대응이 이성을 잃어가고 있으며 국민을 향해 협박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원혜영 신임 원내대표는 “FTA 비준안 처리를 위해서라도 정부는 쇠고기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최인기 정책위의장도 “정부가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 고시를 하면 엄청난 국민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송영길 강기정 김재윤 의원 등은 이날 국회에서 고시강행 중단을 촉구하는 농성에 들어갔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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