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후진타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양국관계를 전면적 협력 동반자관계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하였다. 중국의 대외 관계에서 보면 북한과 캄보디아를 지칭하는 혈맹과 전통적 우호협력 관계 다음의 최고 단계다.
'전략적 협력 동반'은 큰 변화
중국은 전략적 관계를 ‘군사동맹은 아니지만 상호 공동 이익의 추구를 목표로 장기적인 협력을 통해 발전을 추구하는 관계’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양극 체제 종식 이후 다극화 시대의 도래라는 인식 하에 소위 극(極)이 될 수 있는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 강대국들과 전략적 관계를 맺어 왔다.
중국 외교정책이 강대국 중심에서 주변국가와의 안정적 쌍무관계 확보로 확대되면서 이미 18개 국가와 전략관계를 구축하고 있어 ‘전략적’ 관계의 개념이 모호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기로 한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선, 전략적 관계가 설정되면 양자관계는 단순한 사안별 협력에서 협력 범위나 심도가 장기적 관점에서 다양해지고 포괄적으로 바뀌게 된다. 이 관계가 제대로 기능하면 장기적 협력 추구라는 관점에서 다층화, 제도화, 정례화한 대화 창구가 마련되어 다양하고 실질적인 논의가 가능해진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기존 질서의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미FTA 체결과 대미관계 강화 및 대일관계 개선 분위기, 북미 간의 직접 대화가 진행되고 있고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으로 선회했기 때문에 자국의 영향력 축소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작년 한국의 양국 관계 격상 제의를 완곡히 거
절했다가 올해 관계 격상을 역제의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 입장에서는 중국 방문 전에 미국과 21세기 전략동맹, 일본과는 성숙한 동반자 관계 구축을 선언하였기 때문에 중국의 서운함을 달래줄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했다. 실리적으로도 향후 북핵 문제 해결이나 지속적 경제 교류의 발전에 중국과의 관계 확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명실상부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구체적 내용이 필요하다. 이는 기존의 시장 원리에 의해 작동하는 경제 분야보다는 정치 외교 관계 쪽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국의 의구심이나 우려에 답할 수 있는 논리 개발이 시급하다. 중국의 최대 관심사는 한국이 중국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적어도 미국이 추진하는 미사일 방어계획(MD)과 핵 확산 방지 구상(PSI)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한중FTA 체결 우선순위를 미루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적극 검토 정도로 그칠 게 아니라 이미 기초 연구가 오랫동안 진행된 만큼 최근 대두되는 호주나 인도와의 FTA보다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선언만으로 그치면 의미없어
또 우리는 ‘비핵 개방 3000’이라는 대북정책의 진의를 이해시키는 데 더 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덮어두고 있었던 민족주의 감정, 동북공정, 중국 내 탈북자 처리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이번에 합의된 인문 교류 확대에 따라 실질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일종의 선언이므로 구체적 내용은 부족할 수밖에 없다. 내용 부족을 비판할 게 아니라 이제부터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가에 양국이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구축의 시작일 것이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ㆍ중국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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