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고통을 덜어주기엔 턱없이 빈약했다. 고유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관계 장관들이 머리를 맞댔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무턱대고 낮추고 깎아주는 것만이 상책은 아니겠지만, 정부가 현재 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정부는 28일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고유가 대책 마련을 위한 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정부 차원의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
종합 대책이라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에너지 바우처 제도 도입, 유가 보조금 시한 연장 등 단 두 가지다. 총리실은 “서민, 영세사업자, 화물운송업계 등 유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계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에너지 바우처 제도 도입, 유가 보조금 기간 연장 등의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며 “정부는 당과 국회와의 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바우처란 정부가 서민이나 영세사업자 등에게 전용 카드를 발급해주고 가스ㆍ전기ㆍ난방ㆍ주유대금 등 관련 비용을 지출하면 사후적으로 정산해주는 제도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예산 등의 문제가 있는 만큼 지급 대상이나 규모 등에 대해서는 추후 당과 협의해서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유 화물차 등에 정부가 리터당 287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유가 보조금 제도는 일몰제로 6월말 폐지 예정이었지만, 정부는 시한을 2년 연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정부 및 공공부문 에너지 소비 10% 절약 ▦에너지 자주개발율 확대(현재 4.2% →2012년 18.1%)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선언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경유보다 가격이 저렴한 LNG(액화천연가스) 화물차 도입 등도 검토가 되고 있지만, 이날 대책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를 향한 원성은 극에 달했다. 화물연대는 이날 정부 대책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하나같이 대책이라고 할 수 없고,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 전혀 인식하지 못한 안일한 사고”라며 몰아 부쳤다.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도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경유에 붙는 세금이 휘발유보다 낮다는 변명을 하고 있다”며 “시장경제 논리에 맡긴다는 한가한 소리만 할 것이 아니라 서민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 속에 민생 불안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화물연대의 다음달 초 대대적인 파업 예고에 이어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영종 신도시 부지조성 공사가 덤프트럭들의 운행 정지로 6일째 전면 중단됐다. 레미콘 업계도 경유 가격 급등에 원가 상승 부담이 커졌다며 정부에 유가 보조금 지원을 요구하기로 했다. 화물, 건설, 농어민, 생계형 자영업자 등 경유 대란의 여파가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에너지시민연대 이버들 정책차장은 “경유가격 폭등 등 고유가 상황에 상당 부분 책임이 있는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더 실기하지 않기 위해서는 서둘러 생계형 영세 자영업자에 대해 경유세 인하 등의 확실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박기수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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