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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의 미디어 비평] 일관성과 경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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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의 미디어 비평] 일관성과 경직성

입력
2008.05.2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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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정책적 갈등과 난맥상들이 일상화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미국 소의 수입과 관련된 불신과 갈등, 원유값 폭등에 이은 경기하락 등 새 정부가 추진하는 거의 모든 정책들이 국민적 저항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합의를 도출하는 데는 실패하고 있는 듯하다.

이를 ‘참여와 개방’을 모토로 했던 참여정부의 정책 표류를 지양하는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마치 ‘참여과잉’ 때문에 크게 위축되었던 정책지연에 대한 반작용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런 목표와 실행조치만 있는 정책을 가지고는 전체 국민까지는 아니더라도 관련 이해 당사자들에게 조차 동의를 확보할 수 없을 것이다. 도리어 효율성을 강조하는 정책 패러다임은 민주적 논의나 의견수렴 절차가 비효율적이고 낭비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잘못된 정책 패러다임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정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논란 속에 한참 추진되고 있는 ‘인터넷멀티미디어사업법(IPTV법) 시행령’이 아닌가 싶다. 4월 방송통신위원회가 IPTV법 시행령 초안을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한 조항은 물론이고 단 한 구절도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몇 번에 걸친 전문가 토론회와 각종 세미나 및 지상토론회, 지난 주 공청회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의견수렴절차를 거치기는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의견수렴절차에도 불구하고 원안이 변함없이 추진되고 있고, 방통위의 담당자들은 시행령 안의 정당성만 강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시행령 자체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 무색하게, 더욱 확대 적용하지 못해서 아쉽다는 태도까지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정책적 일관성 수준을 넘어서 ‘한번 결정된 정책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바꿀 수 없다’는 게 신념처럼 보일 정도다.

물론 옛 방송위원회에서는 이해 당사자들간에 쟁점이 될 수 있는 정책들은, ‘검토하다가 슬그머니 책상서랍 속에 넣어 버리는(?)’ 정책지연이 만연했었다. 여기에 비하면 방통위의 정책추진과정이 나름대로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방통위가 정부독임부처가 아닌 위원회 형태로 출범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를 되씹어볼 필요가 있다. 위원회란 효율성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정책적 합의라는 민주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이다. 다만 급변하는 방송ㆍ통신정책의 시의성과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독임제적 관료제를 접목시킨 것이다.

그렇지만 최근 방통위의 정책추진과정을 보면, 합의도출이라는 위원회 고유역할에서 이탈해 독임제부처화 되는 듯한 느낌이다. 위원회라는 상위 의사결정조직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것 때문인지 아니면 하부 조직인 전문 관료들이 정책을 주도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방송영역은 국가의 관료적 통제가 커질수록 산업활성화는 물론 ‘표현의 자유’라는 궁극적 목표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지나친 정책적 일관성은 본능적으로 국가영역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방송ㆍ언론을 도리어 위축시키게 될 것이다. 방통위가 민주성 담보라는 본질에서 너무 많이 이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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