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식은 매우 자극적이라 와인과 안맞을거라 생각하지만 실제 불고기와 김치 등 한국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이 많이 있습니다.”
‘와인의 황제’ 로버트 파커(미국ㆍ60)가 한국을 찾았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와인 평론가로 손꼽히는 그는 한국계인 딸 마이아(21)씨와 함께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10년만의 방문인데 그새 서울에 와인바가 많이 늘었다”며 한국의 와인에 대한 높아진 관심에 놀라움을 표했다.
“3개월 때 입양한 딸은 자신이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 한다”는 그는 “딸이 태어난 1987년산 와인 몇 종류를 한세트씩 사놓았다”며 자식에 대한 사랑을 나타냈다.
미국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가 와인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세때 여자친구를 만나러 파리에 가면서부터. “콜라가 먹고싶었지만 와인이 더 싸서 파리에 있는 2주 내내 와인을 마셨다”는 그는 대학에 돌아와 와인테이스팅 클럽을 만들어 본격적인 와인공부를 시작했다.
30년 전 “별로 행복하지 않은” 변호사 생활을 접고 와인에 몰두한 그는 최초로 와인을 100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겨 평가하기 시작했다. 일명 파커포인트다. “소비자가 구매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객관적 잣대를 주고 싶어 도입했죠. 내 이름을 걸고 책임을 지는 평가입니다.” 파커포인트는 90점 이상이면 고가로 판매되고 80점 미만의 와인은 저가로 판매될 정도로 현 와인 세계에 가장 높은 영향력을 갖고있다. 그의 코와 입에 전세계 와인 소비자들의 눈이 쏠리고 그의 펜에 와인 생산자들이 울고 웃는다. 숭배자들로부터 그는 와인의 흥행과 가격 책정에 영향력을 미치는 최고의 와인권력자로 꼽힌다. 그러나 동료 와인평론가와 일부 와인생산자들에겐 비난과 혐오의 대상이기도 한다.
자신에 대한 관심에 감사하면서 또한 두렵다는 그는 “와인을 사랑하는 사람일 뿐 숭배받는 두목이 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파커는 “와인은 인간이 만든 최고의 음료이고 와인은 세련된 방식으로 세계를 함께 묶어줄 수 있다”고 와인을 찬사했다. 아무리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과라도 좋은 와인을 함께 하면 하나됨을 쉽게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육류에는 레드와인, 생선에는 화이트와인’ 이라는 도식이 꼭 맞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해산물 요리를 먹으며 레드와인을 곁들였을 때가 가장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는 그는 “와인은 항상 열린 마음으로 유연하게 대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와인평론가로는 유일하게 프랑스 정부로부터 두 번이나 레종 도뇌르 등 영예로운 훈장을 받았다. 와인평가에 중요한 그의 코는 100만달러 짜리 보험에 들어있다.
파커는 29, 30일 신라호텔에서 자신이 추천한 7개의 와인과 함께하는 갈라디너를 연다. 7개의 와인 중에는 파커가 100점 만점을 매긴 ‘오마쥐 아 자크 페랑 1998’ 과 ‘라 미숑 오 브리옹 1989’를 비롯해 ‘볼링저 스페셜 퀴베 브뤼’와 ‘볼링저 그랑 아네’ 등 샴페인 2종, ‘스페르스 가야 1998’ ‘런릭, 토브렉2004’ ‘테일러 빈티지 포트 2000’ 등 레드와인 3종이 포함됐다.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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