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날이 아직 한 달 넘게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불볕더위가 찾아왔다. 이열치열로 더위를 극복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콜라와 사이다 등 청량음료, 이온음료, 맥주, 아이스커피 등 찬 음료나 아이스크림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도 있다.
이런 차가운 음식은 잠시 더위를 잊게 하고 늘어진 몸에 각성작용을 하는 등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치아 건강에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치아의 날’(6월 9일)을 앞두고 건강한 치아를 유지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6월 9일을 치아의 날로 정한 것은 6살 때 영구(9)치가 처음 나온다는 의미와 함께, 앞니에서 여섯번째에 있는 영구치가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산성 성분이 치아 손상시켜
더위를 쫓으려고 먹는 음식 중에 유독 치아에 해를 주는 것들이 있다. 청량음료와 이온음료, 맥주 그리고 아이스커피와 빙과류 등이다. 콜라와 사이다 같은 청량음료에는 톡 쏘는 특유의 맛을 내기 위해 강한 산성 성분을 첨가하는데, 이 성분이 이를 썩게 할 수 있다.
보통 입 속 산도가 PH 5.5 이하이면 치아를 보호하는 에나멜(법랑질)층이 손상되기 시작한다. 그런데 청량음료의 평균 산도는 PH 2.5~3.5 정도여서 습관적으로 마시면 에나멜층이 산과 반응해 녹는다.
이온음료(스포츠음료)도 탄산음료 못지않게 산성 성분이 강하다. 2005년 영국에서 이온음료도 탄산음료와 마찬가지로 치아 부식을 촉진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두 음료 모두 가공해 만들어지므로 충치를 일으키는 단당류가 많이 포함돼 있다. 단당은 입자가 작아 오랫동안 치아 표면에 머물면서 충치를 만든다.
알싸한 맛과 시원함을 주는 맥주도 여름철에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그러나 맥주도 발효 과정에서 다량의 설탕을 넣기 때문에 치아 표면에 당분 찌꺼기가 붙게 되고 관리를 소홀히 하면 치과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오징어, 땅콩 등을 안주로 먹는다면 이중 공격을 받는 셈이다. 오징어나 땅콩은 질기고 딱딱해 씹는 과정에서 잇몸에 자극을 주고 이가 마모될 수 있다.
아이스커피는 무더위로 인해 긴장감을 잃은 사람에게 각성 효과가 있다. 그러나 커피와 곁들이는 설탕, 시럽, 생크림 등에 함유된 당분은 입 속의 산도를 높이고 세균을 만들어 충치나 치주염을 일으킨다.
더욱이 커피의 갈색 색소는 치아 착색까지 유발한다. 치아 표면은 언뜻 보면 매끄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구멍이 뚫려 있다. 커피와 같이 색깔 있는 음료를 마시면 이 미세한 틈으로 색소가 침투해 치아 색깔이 누렇게 변한다.
아이스크림은 뿌리가 드러난 치아에 자극을 줘 이를 시리게 한다. 특히 잇몸이 내려가고 치아 표면이 벗겨진 경우라면 시린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딱딱한 빙과류는 베어 물다가 이가 부러지거나 흔들리는 등 외상을 입을 수 있다.
달콤한 초콜릿이나 캐러멜 등도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당분이 많을 뿐만 아니라 아예 치아에 달라붙어 쉽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식중독 예방을 위해 음식물에 식초를 쳐서 먹는 경우가 많다. 식초에 포함된 강한 산성 성분이 살균과 해독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초를 너무 많이 넣어 먹으면 강한 산성 성분이 치아를 부식할 수 있으므로 삼가는 게 좋다.
야채, 과일은 치아에 도움
그렇다면 더위를 식히면서도 이를 손상시키지 않는 음식은 어떤 것이 있을까. 대표적으로 생수와 과일, 채소를 들 수 있다.
차가운 생수는 갈증 해소를 위해서 좋을 뿐 아니라 인공첨가물이 전혀 들어있지 않아 치아를 해치지 않는다. 보리차나 녹차, 감잎차 등을 차갑게 해 자주 마시는 것도 좋다.
특히 녹차와 감잎차에는 충치 예방 성분이 들어있어 치아 건강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입 안에 유색 색소가 남아 이가 변색될 수 있으므로 마신 뒤에는 물로 헹구는 것이 좋다.
복숭아, 배, 토마토, 오이, 당근 등 섬유질이 풍부한 과일이나 채소도 치아 건강에 좋다. 씹는 과정에서 섬유질이 치아 표면을 닦아주기 때문이다. 입 안 피부를 마사지해 입냄새를 없애는 데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부득이 인공첨가물이 든 음식물을 먹는다면 치아 손상을 최소화하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 먼저 이를 손상시킬 수 있는 청량음료, 이온음료 등을 마실 때는 입 속에 오래 머금지 말아야 한다. 목으로 바로 넘길 수 있도록 빨대로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음료가 이에 닿는 면적이 줄어들면 그만큼 치아 부식이나 충치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를 마실 때는 가급적 충치를 일으킬 수 있는 설탕이나 크림 등의 첨가물을 넣지 않는다. 블랙커피가 부담스러우면 우유를 약간 넣으면 좋다. 특히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이를 사용하는 것은 치아가 손상될 수 있으므로 삼간다.
음료나 빙과류를 먹은 뒤에는 물로라도 입 속을 헹구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첨가물은 입자가 매우 작아 치아 표면에서 잘 낼沮痴?않기 때문에 여러 번 빠르게 헹궈야 한다.
오이냉국, 미역냉국 등 식초가 많이 첨가된 음식을 먹은 뒤에도 마찬가지다. 산성 성분이 입 속에 남지 않도록 곧바로 입을 헹군다. 하지만 무엇보다 음식 섭취 후 가능한 한 빨리 양치질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칫솔질은 위아래로 원을 그리듯이 하면서 골고루 닦아준다. 칫솔은 칫솔모가 너무 강하지 않은 것으로 선택하고 불소성분이 함유된 치약을 사용하도록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칫솔질이 정확한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칫솔질을 할 수 없다면 무설탕 껌을 씹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설탕 껌은 10분 이상 씹으면 치아 표면에 붙은 산이나 당분을 제거할 수 있다. 침샘을 자극해 침 분비를 늘려 산과 당분을 자연스럽게 제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노년층은 침샘 기능의 약화로 입 속이 항상 건조하게 느껴진다. 자주 맹물로 입 속을 헹구는 것이 입 속 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치아 치료 빠를수록 이익
이미 치아가 손상됐다면 가급적 빨리 치료받아야 한다. 이가 시리다면 코팅제 역할을 하는 불소를 덮으면 된다. 증상이 심하면 노출된 에나멜층을 덮어주는 잇몸 이식이나 레진 충전 치료와 CO2 레이저치료를 병행한다.
충치가 생겨 아프다면 반드시 치료를 받는다. 충치 치료는 이가 썩은 부위를 긁어내고 인공 충전물로 채우거나, 금관 혹은 사기관으로 덮어씌우면 된다. 단 신경까지 손상됐다면 신경치료 후에 충치를 치료해야 한다. 누렇게 변색된 치아는 레이저나 광선을 이용한 미백치료로 원래 색깔로 바꿀 수 있다.
도움말=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치주과 박준봉 교수(대한치주학회장),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구강내과 안형준 교수,
강남성모병원 치과 양성은 교수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