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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만히 앉아 촛불역풍만 기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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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만히 앉아 촛불역풍만 기다리나

입력
2008.05.2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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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어제 “촛불문화제는 허용하되 불법시위는 엄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문화제’가 시작된 지 10여일 만에, 시위로 확산된 지 나흘 만에 내놓은 공식 대책이다. 정말로 하품이 나오는 일이다. 정부가 그 동안 한 일이라곤 배후조직 색출과 불법행위자 연행과 석방이었고, 행정적인 절차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부 고시를 찔끔찔끔 연기한 것이 전부였다.

경찰과 검찰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집회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서울 청계천에 모였던 집회가 광화문과 시청 쪽으로 넓혀지더니 그제 밤엔 부산에서 2,000여 명이 모이는 등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집회와 시위가 시민의 불편 문제를 넘어 민생 안정과 경제 살리기의 전제인 정국 안정에 크게 역행하고 있다고 보며, 따라서 이를 잦아들게 하기 위한 정부의 과감한 변화를 촉구한다.

중요한 것은 촛불집회에 대한 정부의 인식 교정이다. ‘일부 불순 세력의 음모에 의한 반정부 투쟁’으로만 여길 수 없음은 문화제가 시위로 발전한 과정을 관찰하면 알 수 있다. 어제 오늘 상황의 심각성은 침묵하는 다수 일반인 가운데서도 촛불집회의 의미를 이해하고 동조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점이다.

한미 쇠고기 협상의 새로운 실착이 드러나서가 아니다. 정부와 청와대가 근본적 대책이나 책임 추궁은 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수그러지겠지’ 혹은 ‘시위가 격해지면 역풍이 불겠지’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퍼지기 때문이다.

곧 6월이 오면 새 정부 출범 100일(3일), 민주항쟁 기념일(10일), 효순ㆍ미선양 6주기(13일), 6ㆍ15선언 8주년 등 집회와 시위 거리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미루어 촛불시위나 거리집회엔 어느 정도 국민적 공감대가 깔려 있음을 우리 사회는 알고 있다. 이것을 억제하고 제어하는 것은 공권력이나 배후 색출만이 아니라, 여론을 살피는 ‘소통의 의지’다. 촛불을 끄려고만 들지 말고 스스로 끄게 하는 정치력이 필요하다. 정부와 청와대가 좀더 물러서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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