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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번진 촛불시위… 여야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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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번진 촛불시위… 여야는 어디에

입력
2008.05.2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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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배후 철저 조사" 논평만 되풀이

과격해지는 촛불시위 앞에 집권여당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은'불법시위 단호 대처'등 원론을 되풀이할 뿐 대안이나 대책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고작 논평을 내고 "시위 배후를 철저히 조사하라"는 입장만 되뇔 뿐이다. 조윤선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을 통해"시위 목적을 왜곡하고 정치적으로 악용해 선량한 국민을 선동하는 일부 주동 인사들이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법시위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거나 "반정부 투쟁을 조장하고 정치투쟁의 장으로 왜곡하려는 불순한 동기와 의도에 대한 수사가 있어야 한다"는 부대변인 논평도 나왔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고위 당직자들은 촛불시위 양상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아낀다. 26일 최고위회의에서 "폭력 불법시위를 벌이는 것은 국가 기본질서를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단해야 한다"(안상수 원내대표) "합법적 범위를 벗어나는 과도한 행동이나 말씨는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김학원 최고위원)는 언급이 전부였다. '긁어 부스럼'을 우려하는 것 같다.

이 문제를 놓고 당정은 머리를 맞대지 않았고, 맞댈 계획도 아직 없다. 한 고위당직자는 "뾰족한 대책도 없는데 고생하는 경찰을 오라 가라 부를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다만 당은 28일 촛불집회 수사와 관련, 청와대와 정부 측에 "민심을 감안해 구속은 신중하게 해달라"고 강경대응 자제를 건의했다.

하지만 보다 근원적인 난국 타개책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데 당내 이견이 없다. 그런데도 청와대나 정부와 조율해서 이를 만들어낼 컨트롤 타워가 당에는 없다. 당 권력의 교체기이다 보니 중심이 제대로 서지 않는 게 한 이유다. 당 시스템은 아직 야당이다. 한 당직자는 "당이 일이 터지면 논평 하나 내고 마는 야당 습관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복당 문제 등 당내 갈등에 매몰돼 있는 것도 한 이유다.

촛불시위는 쇠고기 수입 문제뿐 아니라 경제 교육 등 각종 현안과 연결돼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시위 자체보다는 국정 전반에 대한 근원 대책이 필요하다. 한 초선 의원은 "법질서 타령만 할 게 아니라 집권 여당으로서 총체적 난국 타개책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게 없다"고 말했다.

▲ 통합민주당/ '역풍 맞을라' 집회 동참 몸사려

강기갑에 가려 시민들에게도 외면 당해… 정부·여당 비난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장관 고시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정작 통합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쇠고기 정국의 긴장은 높아지는데 제1야당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28일 지도부 회의와 대변인 논평 등을 통해 정부의 장관 고시 강행 방침을 강하게 비판했다. 원혜영 신임 원내대표는 "장관 고시 강행은 국민에 대한 도발"이라며 "강경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최인기 정책위의장은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국회로 불러 직접 따졌고, 강기정 의원 등 일부 소장파는 장관 고시 연기와 재협상을 촉구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정부 여당이 재협상으로 잘못된 것을 고쳐야 민심을 수습할 수 있는데 배후조종 운운하며 공안정국으로 몰아가려 한다"(손학규 대표)는 쓴 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같은 '입장 표명' 이상으로 자신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주저하고 있다. 촛불시위가 지난 주말을 고비로 불법 거리시위로 변질됐다는 일각의 평가가 일차적 원인이다. 여론의 역풍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이버 공간에서 진행되는 집회 참가자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민주당 홈페이지에 연계해 확산시키자는 등의 제안은 전혀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몇몇 의원들의 장외투쟁 제안도 '철없는 짓'으로 폄하되는 분위기다.

그런데 이는 "촛불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이 민주당을 자기 편으로 생각하지 않는"(한 재선의원)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민주당으로서는 국회에서 쇠고기 청문회도 개최했고 장관 고시 연기와 재협상 관철을 위해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지만 정작 거리에 나선 시민들은 민주당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닷새째 청계광장에서 청와대까지 삼보일배를 하며 '행동'에 나선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의 그늘에 가려 존재감마저 희미하다.

원내 의석이 절반으로 줄어든 데다 상당수 실무당직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당내 전략ㆍ기획파트가 공백 상태인 점도 민주당이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는 또 다른 이유다.

한 최고위원은 "지금 상황은 경제 교육 복지 등 다방면에 걸친 국민의 분노가 쇠고기 문제로 폭발한 것"이라며 "여러 현안을 묶어낼 전략적 고리를 만들어내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양정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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