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고유가 대책회의를 열어 ‘에너지 바우처’ 제도 도입 등 서민과 영세사업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름값 때문에 생계를 위협 받는 서민들과 농어촌의 가슴 아픈 사례가 속출하고 급기야 화물연대 등이 총파업을 예고하는 상황이 전개되자 부랴부랴 단기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대책의 시점과 내용을 보면 정부가 또 한 번 뒷북을 쳤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한 발 앞서 과감하게 움직이면 100%의 효과를 볼 정책이 늘 한 발 늦게 찔끔찔끔 나와 효과 반감을 자초한다는 얘기다.
이번 대책의 골자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생활보조금 지원대상자 등 저소득층에게 정부가 가스ㆍ전기ㆍ주유 등의 대금을 대신 지불하는 에너지 바우처를 지급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내달 30일로 만료되는 화물운송업계와 영세사업자 대상의 유가보조금 지원을 2년 정도 연장하겠다는 내용이다. 경유세금을 낮춰 당초 정부 약속대로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비를 100대 85로 유지하라는 요구는 원칙과 형평성 측면에서 수용할 수 없고, 계층별 맞춤식으로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운송업계는 즉각 “정부가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그런 정도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라고 반발했다. ℓ당 287원인 유가보조금 시한을 연장해 봐야 2년간 400원 이상 오른 경유값을 보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화물연대 등과 물류업계의 운송료 인상 협상을 측면 지원한다는 복안이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나름대로 경제성을 따져 경유차를 구입한 봉급생활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정책의 효과가 반감되거나 반발을 낳는 것은 내용의 부실 때문이지만 시기를 놓친 탓도 크다. 새 정부 출범 직후 국제 유가의 이상급등 추세가 더욱 두드러졌지만, 정부는 에너지 절약이니 자원외교니 하는 낡은 카드만 만지작거렸다. 조금만 신경을 썼어도 ‘유가대란’이 초래할 여러 상황을 예견하고 선제적으로 정책을 펼 수 있었는데도 말이다. 결국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기 어려운 현실을 맞은 셈인데, 지금이라도 어쭙잖은 경제논리를 벗는 게 옳다.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