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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바다의 실크로드 무한가치 '해운코리아'가 활짝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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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바다의 실크로드 무한가치 '해운코리아'가 활짝 열자

입력
2008.05.29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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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영국의 유명한 해운경제역사학자인 어니스트 페일은 ‘세계 해운사(海運史)’라는 책에서 “운송은 문명이다(Transportation is Civilization)"라고 말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근대의 네덜란드와 영국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문명을 선도한 지역은 주요한 물자의 생산지가 아니라 운송과 교역의 중심지였다는 사실은 이러한 통찰을 뒷받침한다.

특히 바다를 통한 운송은 물자의 교류를 위해 가장 저렴하고도 안정적인 수단을 제공해 왔다. 이 점에서 바다는 인류의 경제성장에 가장 지대한 기여를 하고 있는 ‘인프라’다. 고대 이후 1,000여 년 간 번성하던 실크로드가 바닷길이 열리면서 쇠퇴하고, 대항해시대의 개막으로 바닷길이 확장됨에 따라 근대 세계경제의 성장이 가속화된 역사는 매우 흥미롭다.

많은 대체 운송수단이 발전되어 있는 요즘도 국제간 화물운송의 대부분은 바다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세계 교역량의 78%가 해상으로 운송되고 있고 작년 한해 해상 물동량은 75억톤에 달했다. 바다를 통하지 않고서는 이 막대한 물자를 운송할 방법은 앞으로도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세계경제의 글로벌화로 해상물동량 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을 훨씬 웃돌고 있다. 2003년 이후 세계경제의 연 4% 성장에 비해 해상물동량은 6%대로 증가했다. 최근의 세계경제 성장둔화 우려 속에서도 운송수요는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그 중에도 동북아 지역의 물동량은 연 두 자릿수 증가율을 지속하고 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조선과 해운분야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어서 최근의 상황을 국부창출의 기회로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조선산업이 세계1위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우리 해운산업 역시 세계경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물류에 있어서 도서국가와 같은 입지를 가진 우리나라는 수출입 화물의 99.7%를 바다를 통해 처리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세계6위의 선박보유국으로 전 세계 선박량의 3.6%를 점유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소유하지는 않으나 빌려서 운항하는 선박까지 포함하면 세계 해상운송 서비스의 약 10%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 GDP 규모가 세계경제에서 1.7% 정도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해운산업의 규모와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그간 바닷길의 가치를 이해하는 나라에게는 번영의 기회가 제공되었다.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을 건설한 영국의 힘, 신대륙 개척의 선두에 섰던 스페인의 저력 모두 해양의 가치를 누구보다도 빨리 깨닫고 해상교역을 활성화한 데서 나왔다.

지금 우리 앞에는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놓여 있다. 앨빈 토플러, 폴 케네디 등 미래학자들은 “지중해는 과거의 바다요, 대서양은 오늘의 바다이며, 태평양은 미래의 바다”라고 하며, 환태평양 문명권의 부상을 전망하고 있다. 세계의 바다가 동북아로의 연결을 강화하고 있는 지금, 우리 눈앞에 ‘바다의 실크로드’가 열리고 있다. 바다의 실크로드인 해운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은 우리나라가 새로운 ‘경제성장의 실크로드’로 들어서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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