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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만성통증 그냥 참는다고?… 진통제 "날 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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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만성통증 그냥 참는다고?… 진통제 "날 좀 봐요"

입력
2008.05.2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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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고 자주 말하는 사람은 주위에서 엄살이 심하다고 핀잔을 주기 마련이다. '참는 게 미덕'이라는 생각이 우리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에게도 근심거리가 된다는 생각에 그 말 하기를 꺼리게 된다. 하지만 병은 알려야 낫는다.

통증은 1개월 미만의 급성 통증과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통증으로 구분된다. 급성 통증은 쉽게 낫고 몸의 이상을 신속히 알리는 경고이므로 긍정적인 면도 있다.

문제는 상처가 나은 뒤에도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통증이다. 초기에 잡지 못하면 난치성 신경질환이 돼 죽을 때까지 괴롭힐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만성 통증 환자는 암과 관절염, 희귀질환 환자 등을 모두 포함해 성인 인구의 10%인 25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고령 인구와 만성 질환자가 빠르게 늘어남에 따라 만성 통증 환자 수도 증가하고 있다.

만성 통증은 '질환'이다

만성 통증은 단순한 증상이 아니라 질환이다. 미국통증학회와 미국통증의학연합회는 1996년 "만성 통증은 병의 증상이 아니라 신경계 질환"이라고 선언했다. 말초신경, 척수신경, 뇌신경으로 구성되는 인체 신경계가 작은 자극에나 자극을 받지 않아도 아픈 비정상적인 통증을 만성 통증이라고 규정했다.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용철 교수는 "만성 통증은 대상포진 후 통증, 신경병성 통증, 에이즈바이러스(HIV) 등의 감염에 의한 통증이 만성 통증으로 이어진 경우, 원인을 모르는 통증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고 말했다.

허리 디스크 수술로 통증 원인을 완전히 없앴는데도 불구하고 통증이 계속되고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만성 통증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만성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약물을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만성 통증 환자는 통증이 있어도 진통제를 쓰지 않고 일단 참는다.

강남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문동언 교수는 "만성 통증은 시간에 맞춰 규칙적으로 진통제를 먹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통증이 심할 때보다 약할 때 조절하기가 훨씬 쉬워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어떤 약으로 통증을 조절해야 하는가 하는 것. 일반적으로 먹는 비스테로이드성 진통제(NSAIDs)는 만성 통증에는 효과가 없고 부작용도 의외로 많다. 따라서 살을 에는 듯하고, 발이 삔 듯한, 시간마다 아픈 '중증'(통증 강도 1~10 중 5 이상) 만성 통증에는 마약성 진통제 복용이 권장되고 있다.

마약성 진통제를 오래 쓰면 중독된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통증 조절을 위한 진통제 사용으로 중독되는 일은 거의 없다.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전상룡 교수는 "몸은 마약성 진통제 중독에 대한 방어 메커니즘을 만들기 때문에 치료제로 쓰는 마약성 진통제로 인한 중독은 1만2,000명 가운데 1명 꼴(0.004%)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진통제 중 마약성 진통제 사용 비중(2006년 기준)이 선진국은 절반(미국 캐나다 60%대,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50%대)을 넘어선 데 비해 우리나라는 10% 선에 그치고 있다. 모르핀의 경우 2005년 한국 사용량은 호주의 152분의 1, 일본의 11분의 1이었다.

진통제의 선택이 중요하다

진통제를 먹을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통증의 강도다. 흔히 처방하는 약한 마약성 진통제는 코데인, 트라마돌 등이 있다. 강한 마약성 진통제는 모르핀, 펜타닐, 옥시코돈 등이다. 먹는 약과 피부에 붙이는 패치제, 피하주사제 등이 있다. 최근에는 오남용을 방지하고 복용하기 쉬운 제형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먹는 약은 비용이 저렴하고 간편해 많이 처방된다. 그러나 약물의 혈중 농도가 균일하게 유지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또한 마약성 진통제가 위장관을 통해 흡수되는 과정에서 생체이용률이 떨어지고 내성과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옥시콘틴(먼디파마)과 MS-콘틴(한국파마) 등이 국내에 출시됐다.

패치식 마약성 진통제는 먹는 약에 비해 진정, 변비, 구역질 등의 부작용이 적어 많이 쓰인다. 현재 출시된 패치식 마약성 진통제는 3일마다 피부에 직접 붙이는 방식으로, 얇은 막 안에 '펜타닐'이라는 강한 마약성 진통제가 충전돼 있다.

펜타닐이 피부 점막으로 흡수되므로 먹는 약보다 부작용이 적다. 무엇보다 혈중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고, 투약 중단시 나타나는 금단 증상이 거의 없다.

그러나 돌발 통증 등과 같은 급성 통증에는 약효가 빠른 먹는 약이 낫다. 또한 땀이 많이 나는 환자에게 적합하지 않다. 패치식 마약성 진통제로는 듀로제식 디트랜스(한국얀센)가 대표적인데, 한 번 부착하면 72시간 통증을 일정하게 지속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패치형으로 통증 조절이 되지 않거나 환자가 약을 잘 삼키지 못하는 경우, 위장관이 막힌 경우에는 정맥이나 피하로 진통제를 주사한다. 정맥주사는 진통 효과가 빠르고 통증을 일정하게 관리할 수 있지만 비?게 흠이다. 정맥주사가 불가능하면 피하주사를 한다.

직장을 통한 마약성 진통제 투여는 먹는 약으로 치료할 수 없는 환자에게 유용하게 쓸 수 있다. 트라마돌, 코데인, 모르핀, 옥시코돈 등은 모두 직장으로 투여할 수 있다. 트리돌(유한양행), 지트람(먼디파마), 지판(일성신약) 등이 출시됐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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