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는 예수의 부활이 없이도 성립할 수 있는가." "역사적 예수의 가르침만으로 기독교를 재건할 수는 없는가."
'잃어버린 성서'로 알려진 'Q복음서'가 공론화되기 시작해 한국 기독교계에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감신대 기독교통합학문연구소(소장 이정배)와 한신대 학술원 신학연구소(소장 채수일)는 27일 오후 서울 냉천동 감신대에서 'Q복음서와 한국교회'를 주제로 신학 심포지움을 가졌다.
목사 신부 수녀 신학생 등 500여명이 지켜본 이날 심포지움은 최근 도올 김용옥 세명대 석좌교수의 <큐복음서> 발간을 계기로 마련됐다. 교계의 보수적 분위기에 눌려 신학자들에 의해 강단에서만 거론되던 'Q복음서'를 둘러싼 문제들이 처음으로 공개된 자리에서 논의됐다. 큐복음서>
Q복음서가 문제가 되는 것은 마태복음, 누가복음이란 기존 신약성서에 들어있는 내용이지만 2000년 동안 기독교 교회의 존립 기반이 되어온 예수의 부활, 십자가 죽음, 동정녀 탄생, 부활 승천 등의 초월적 유신론적 내용이 없다는데 있다.
도올 김용옥 교수는 먼저 "Q복음서는 역사적 예수의 말씀을 모아놓은 어록복음서라고 할 수 있으며, 기독교 신자들은 예수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예수의 말씀을 믿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면서 "Q복음서는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에 참여한 김명수(경성대ㆍ신약학), 유태엽(감신대ㆍ신약성서학) 채수일(한신대ㆍ선교학) 이정배(감신대ㆍ조직신학) 교수 등 진보적 신학자들은 모두 Q복음서와 이를 생산해낸 Q공동체가 존재했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Q복음서에 부활, 재림이 없는 점에 대해 김명수 교수는 "Q복음서에 부활고백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떠한 신앙고백이 있는가를 살펴봐야 한다"면서 "초대 기독교의 신앙고백은 다양했으며 부활신앙고백은 여러 신앙고백 중의 하나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Q복음서는 최초의 성서인 '바울서신'을 쓴 사도 바울보다 10년 이상 앞서는 만큼 기독교의 기원을 바울보다는 Q복음서에 기초해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Q복음서에 나타난 예수의 모습에 대해 논란을 벌였다. 김용옥 교수는 "예수는 높은 지성으로 인류에게 삶의 지혜를 가르쳤던 지혜담론의 스승이었다"고 밝혔다.
예수가 말한 천국은 지역적 개념(kingdom)이 아니라 지배(reign)를 뜻하는 추상적인 개념으로 '하나님의 법칙이 지배하는 사회'라는 뜻이며, '회개하라'라고 하는 말도 그 원어인 메타노이아(metonoia)의 잘못된 번역으로 '생각을 바꾼다'는 뜻"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생각을 바꾸어라 그러면 천국이 여기에 있다"는 것이 예수의 가르침이라는 것이다.
김명수 교수는 "Q복음서에서 예수는 지혜선생, 묵시적 심판 예언자, 사람의 아들로 등장한다"면서 "예수는 가정, 고향, 소유의 끈에 매이지 않는 출가자(出家者)의 삶을 살며 고난받는 갈릴리 민중과 함께 한 떠돌이 영적 예언자였다"고 말했다.
유태엽 교수는 "북미 신학자들의 연구에서 보듯 가장 원시적인 예수는 지혜담론의 예수로 견유학파의 가르침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정배 교수는 Q복음서가 기독교 역사에서 사라진 것은 '누가 예수의 참 제자인가'라는 사도 전승에 관한 이야기가 없기 때문에 교회의 제도화과정에서 배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토론자들은 Q복음서와 기존복음서를 양자택일적으로 보아서는 안 되며 통전적(統全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데 견해를 같이 했다.
■ Q복음서는
신약성서의 4복음서 중 마태, 마가, 누가복음은 비슷한 관점에서 쓰여져 공관(共觀)복음서로 불린다. 이중 마가복음이 가장 먼저 쓰였으며 마태, 누가복음은 마가복음을 참고로 쓰였다는 것이 성서신학자들 사이에서 정설이다. 그러나 마태, 누가복음에는 마가복음 말고도 공통된 부분이 많으며 성서신학자들은 마가복음외에 별도로 가상의 자료가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 '자료'를 뜻하는 독일어 'Quelle'의 머릿글자에서 따온 'Q복음서'는 성서신학자들이 신약성서를 150여년간 연구해 재구성한 초기 복음서이며 20세기 중반이후 '도마복음' 등 다양한 고고학적 발굴로 그 실체성이 입증됐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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