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코쿠(南國) 도사(土佐)를 뒤로 하고’라는 엔카(演歌)로 1959년 100만장이 넘는 음반을 판매한 일본 유명 여가수 페기 하야마(葉山ㆍ75)씨는 최근 이 노래의 무대인 남부 고치(高知)현에 기부금을 냈다.
도쿄 출신인 그는 노래를 통해 고치를 전국에 알린 공로로 30년 전부터 명예 고치현민이었고 지금도 고치현 행사에 적극 참가하고 있으니 기부금에는 지역 발전을 바라는 그의 마음이 담긴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 돈은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게 아니다. 지난달 30일 도입된 ‘고향납세제도’에 따라 자신이 사는 도쿄에 내야 할 주민세에서 공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도쿄 세수의 일부가 고치로 옮겨 가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대도시와 지방의 세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도입한 ‘고향납세제도’를 이용해 재정을 늘리려는 지방자치단체 경쟁이 치열하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27일 보도했다.
고향납세는 출신지나 지원하고 싶은 지자체를 골라 기부금을 내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자체에 내야 할 주민세에서 공제해 자연스럽게 세수 이동이 일어나도록 만드는 제도다. 기부금 중 5,000엔(5만원)을 넘는 액수 중 주민세의 약 10% 범위 안에서 기부 다음 해 공제 받을 수 있다.
일본 전국지사회 추산에 따르면 고향을 떠나 살고 있는 사람 전부가 주민세의 10%를 고향에 기부할 경우 도쿄, 나고야(名古屋), 오사카(大阪) 3대 도시권에서 지방으로 모두 1,352억원(1조3,520억원)의 돈이 흘러 들어간다.
이 돈을 잡기 위해 후쿠시마(福島)현은 3월부터 인터넷 홈페이지에 이 지역 출신 전 프로 야구선수를 앞세운 기부금 요청 광고를 내보냈다. 지역 대학 졸업식장에서 고향을 떠나 직장생활할 졸업생을 타깃으로 고향에 기부금을 보내달라는 홍보 전단도 돌렸다.
가가와(香川), 야마구치(山口)현도 이달 초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기부금 제도 홍보를 시작했고, 효고(兵庫)현은 ‘효고를 사랑하는 분들께 올립니다’라고 쓴 팸플릿을 수도권 등에 배포해서 향토애를 자극하는 작전을 펴고 있다.
무조건 애원하는 게 아니라 미끼 상품을 보낸 뒤 기부를 부탁하는 전략을 펴는 곳도 있다. 사가(佐賀)현은 지역 명물 소개 내용을 담은 화장실 휴지나 명소 입장권을 보낸 뒤 기부를 유도한다. 나라(奈良)현은 특산품인 야마토(大和)차를, 기타규슈(北九州)시는 수산물 등을 선물로 보낸다. 돗토리(鳥取)현은 어린이책 구입 등에 사용할 ‘아동미래기금’을 창설해 기부금 용도를 명확히 한 뒤 ‘미래를 짊어질 인재에 투자해 달라’며 기부를 유도하고 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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