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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대륙 '검은황금의 비극'… 석유이권 내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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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대륙 '검은황금의 비극'… 석유이권 내전 확산

입력
2008.05.28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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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가 미숙하고 취약한 정치 구조를 가진 국가에게는 석유 자원이 혜택이 아니라 비극의 씨앗일 수 있다. 최근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지구촌 각국의 산유국들이 대호황을 구가하고 있지만 나이지리아, 수단,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의 일부 산유국에서는 석유 이권을 둘러싸고 내전이 벌어지는 등 고유가가 경제와 안보에 먹구름으로 작용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의 남부 도시 아오바의 원유 생산 시설이 26일 반군 단체인 ‘니제르 델타 해방운동’(MEND)의 무장 공격을 받아 다국적 석유회사 로열더치셸이 운영하는 송유관 일부가 파괴됐다.

니제르 델타 해방운동은 “고유가로 나이지리아에 달러가 쏟아지고 있지만 소수 집권층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면서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현 정부를 타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250여개의 상이한 부족이 기독교, 이슬람교 등 종교적 차이로 수차례 내전을 치러오다가 지난해 우마루 야르아두아 대통령이 20여년만에 선거를 통해 집권하면서 화합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니제르 델타 해방운동의 무장 공격으로 나이지리아에 내전의 악몽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아프리카의 5대 산유국인 수단도 최근 정부군과 반군간에 석유 이권을 둘러싼 무력 충돌이 벌어지면서 20여년만에 가까스로 맺어진 평화협정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25일 석유생산 거점도시인 아베에서는 25일 정부군이 무력 점거를 시도하는 반군에 맞서 전투기를 동원해 맞대응에 나서는 등 일주일째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베 일대의 주민 10만여명이 피난길에 올랐다.

수단은 20여년간 남부의 기독교 세력과 북부의 이슬람 세력이 내전을 벌이다가 2005년 평화협정을 맺었지만 이번 분쟁으로 협정이 위협받게 됐다. 수단의 비극으로 알려진 다르푸르 사태는 역설적으로 관심의 초점에서 비켜가는 양상이다.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는 이달초 미 전투기의 공습으로 민간인 수십명이 사망하는 등 반군 섬멸을 목표로 내건 미군 공격이 수개월째 이어지면서 도로가 파괴되고 전기가 끊기는 등 도시 전체가 폐허로 변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소말리아는 중동의 석유가 통과하는 지리적 요충지인데다 석유 매장량이 60억 배럴로 추정되고 있다. 2006년 민족주의를 기치로 내건 소말리아 반군이 국토 전역을 사실상 장악하자 미국의 지원을 받는 에티오피아가 침공하면서 내전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현지 주민을 인용, “미국이 아프리카의 변방 국가에 불과한 소말리아에 군대를 파병하는 것은 석유 자원과 전략적 중요성 때문”이라며 “석유 자원이 정치구조가 취약한 소말리아에는 오히려 재앙”이라고 보도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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