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문수동 30평형 D아파트는 최근 몇 개월새 3,000만원(1억4,000만원 전후→1억7,000만원 내외)이 훌쩍 올랐다. 주택을 투자 개념으로 여기지 않는 현지 특성상, 이 같은 집값 상승은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땅값도 마찬가지다. 여수시청 인근 중심상업지구 땅값은 올 들어서만 최고 40%가량 상승했다. 미분양 증가, 주민 감소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다른 지방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여수 경제가 엑스포(세계박람회) 호재로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27일, 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지로 여수가 확정된 이후 이른바 ‘엑스포 경기’에 대한 기대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외지인 발길이 증가하고 있어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제야 ‘변방’의 서러움을 씻을 수 있게 됐다”는 희망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기대가 결코 헛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여수 일대에 투입될 정부 지원 규모는 엄청나다. 정부는 세계 5대 해양강국 진입의 발판을 마련하고, 남해안권 개발을 통한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무려 19조원을 직ㆍ간접적으로 쏟아붓기로 했다.
세부적으로는 신항 일대 박람회장 시설에 1조7,000억원을 투입하고, 전주~광양ㆍ목표~광양 고속도로, 전라선 철도 복선ㆍ전철화, 시내도로망 정비, 여수공항 활주로 확장 등 인프라 확충에 7조7,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여수를 중심으로 사통팔달의 교통망이 구축되는 것이다.
민간 투자도 곳곳에 예정돼 있다. 280만㎡(약 85만평) 규모의 여수 최초 택지개발구역(웅천지구)에는 신영의 대단지 아파트를 비롯해 단독주택, 상업지역 및 공원이 어우러진 해양신도시가 개발되고 있다.
또 인근 화양지구에는 통일그룹이 990만㎡ 부지에 2015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해 골프장, 호텔, 민속촌 등이 들어서는 해양관광복합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소호동 오션리조트 특구, 봉계동 여수시티파크 리조트 등도 개발된다.
이런 탓에 현지 주민들의 기대감은 한껏 부풀어 있고, 외지인 투자 문의도 적지 않다. 돌산대교 인근 진남횟집의 이임선 사장은 “개발이 구체화된 상태가 아니라 엑스포 확정 이후 손님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다”면서 “내년 이맘 때쯤이면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시 행정선(行政船) 선장인 정경철씨는 “인근 바다에 바닷길이 열리는 사도 등 작는 섬들이 많는데, 최근 들어 투자를 물어오는 외지인들이 부쩍 늘고 있다”며 “주민들도 아름다운 거리가꾸기 등 행사에 매우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백제부동산 김종곤 대표는 “엑스포 개최를 이용해 외지인과 연계한 ‘기획 부동산’이 활개를 치고 있다”며 “땅 투기로 개발 자체가 지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실제로 일부 지역의 땅은 ‘쪼개기’ 전문업자에 의해 외지인에게 시세보다 3배 정도 비싸게 팔리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팔린 땅이 향후 개발의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것.
여수시도 이런 점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오현섭 여수시장은 “최근처럼 땅값이 크게 오를 경우 개발 예정지의 주민이주와 보상문제 등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정부의 신속한 기본계획 확정과 예산집행을 통한 사업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국토해양부 산하 여수엑스포조직위원회는 이런 문제점을 감안해 당초(8월)보다 늦어지긴 했지만, 세부 작업 실행을 위한 기본계획을 가능하면 9월말까지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여수=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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