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미 민주당 대선주자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칭송했던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26일 오바마 의원을 비판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이날자 관영 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쿠바에 대한 무역금수 등 경제제재를 계속하겠다는 오바마 의원의 계획은 쿠바에 배고픔과 고통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칼럼에서 오바마 의원에 대해“사회적, 인도적 관점에서 볼 때 미 대선 후보들 가운데 의심의 여지없이 가장 진보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오바마 의원의 연설은 한 나라를 굶주리게 하는 공식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이 유력시되는 오바마 의원은 23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가진 전미쿠바교민재단 연설을 통해 “쿠바에 민주적 변화를 압박하는 지렛대로 삼기 위해 근 50년간 지속돼온 대 쿠바 금수조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의원은 그러나 쿠바계 미국인이 쿠바를 방문하거나 쿠바 내 친인척에게 송금하는 것에 대해서는 규제를 대폭 완화할 것이며 2월 형 카스트로 전 의장으로부터 권력을 승계한 라울 카스트로 현 국가평의회 의장과도 직접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카스트로 전 의장은 잘사는 쿠바계 미국인이 쿠바의 못사는 친척들을 돕도록 허용하겠다는 오바마 의원의 제안은 “소비주의와 지탱할 수 없는 삶의 방식에 대한 선전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오바마 의원의 대쿠바 무역금수 유지 연설은 11월 미 대선에서 공화당과 격전을 치를 것으로 예상되는 플로리다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쿠바로부터의 망명자 사회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때문에 카스트로의 비난은 오바마 의원에게 득이 될 수 있다.
2000년 미 대선에서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대법원 판결까지 가는 접전 끝에 분패했던 플로리다주에서 오바마 의원이 승리할 경우 그의 백악관 입성 가능성은 크게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바마 의원의 변화 메시지와 진보적인 시각에 열광하고 있는 자유주의자들과 젊은 세대들에게 쿠바에 대한 강경 정책 유지는 표만을 의식해 정책을 후퇴시킨다는 실망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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