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가 27일 정부 부처의 각종 자문위원회 530개 가운데 절반이 넘는 273개 위원회를 폐지하기로 의결했다. ‘위원회 공화국’을 개탄할 정도로 무분별하게 설치돼 예산과 인력을 낭비한 정부 위원회 정비작업이 구체화한 것이다. 감사원의 운영실태 감사 등에 기초한 이번 결정은 이 정부가 내놓은 실적 가운데 돋보인다고 할 만하다. 그런 만큼 앞으로도 긴요하지 않은 위원회를 다시 만들지 않도록 더욱 신경 써야 할 것이다.
폐지되는 위원회 가운데는 다른 정부 위원회와 통합이 가능한 경우가 149개로 가장 많다. 기능이 비슷한데도 여러 부처에 중복 설치한 위원회가 그만큼 많았던 것이다. 또 설치 목적을 달성했는데도 그대로 둔 위원회가 49개, 운영실적이 저조하거나 구성조차 하지 않은 위원회도 63개나 된다.
이것만으로도 역대 정부가 얼마나 방만하게 위원회 제도를 운영해왔는지 알 수 있다. 1999년 319개이던 정부 위원회는 합의제 행정기관인 행정위원회 39개와 헌법 상 자문위원회 4개를 포함해 573개로 늘었다. 국토해양부가 59개로 가장 많고 국무총리실 54개, 지식경제부 50개, 교육과학기술부 43개, 보건복지가족부 38개, 행정안전부 37개 등이다.
이 가운데 ‘시ㆍ도 교육분쟁조정위’는 2000년 설치 이래 한 차례도 회의를 하지 않았다. ‘접경지역 정책심의위’는 2002년 이후, ‘중앙건강가정정책위’는 2005년 이후 열린 적이 없다. ‘인사교류심의위’는 부처 간 수시협의 채널이 있어 애초 설치할 필요가 없는 기구였다.
이렇게 된 데는 지난 정부가 관료조직의 벽을 허문다며 민간참여 위원회를 분별없이 늘린 탓이 크지만, 의사결정 책임을 미루거나 사무기구에 자리를 만들려는 관료 이기주의도 작용했다. 정부는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위원회 설치 사전협의를 의무화하고 2년 시한의 ‘일몰제’를 두는 한편 사무기구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을 만든다고 한다. 그러나 법보다 절실한 것은 ‘위원회 공화국’ 오명을 씻으려는 정부와 관료집단의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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