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반찬이라고, 배가 고프면 아무 거나 잘 먹는다. 그런데 배가 슬슬 불러지면 그 아무 거나에 대해서 어떤 생각이 든다. “이것 참 맛 없네!”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음식이 형편없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누군가 타박한다. “사흘 굶은 놈처럼 싹싹 잘 먹어놓고는 딴 소리를 하네.” 음식만 그런 게 아니다.
영화를 눈물까지 흘려가며 잘 보아놓고는 영화에 대해 비난을 할 수도 있고, 무슨 행사를 실컷 즐겨놓고도 그 행사가 잘못되었다고 잘라 말할 수도 있다. 사실 먹어보아야, 겪어보아야, 참여해봐야, 그 음식 일 행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생각이 부정적일 경우, 왕따 당하기 십상이다. 즐긴 놈이 무슨 할 말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부정적인 시각은 소수이고 힘이 없다.
속으로는 불만이 많다가도 음식 만드는 분께는, 그 일을 준비하고 치러낸 분들 앞에서는 그저 “잘 먹었습니다” “정말로 수고하셨습니다” 같은 말만 한다. 그래야 세상을 편하게 살 수 있다. 때문에 맛없는 음식을 파는 식당은 계속 장사를 할 수 있고, 볼 때 눈물이나 흘리게 할 뿐 무가치한 영화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그릇된 행사들은 되풀이 되는 것일 테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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