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4시20분. 명량대첩의 격전지인 전남 진도와 해남군 화원반도 사이의 해협, 울돌목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거세게 요동치던 물살이 잠잠해지자 진도대교 남동쪽 800m 해상에서 높이 36m, 무게 1,000톤의 거대한 ‘쇳덩이’를 매달고 있던 기중기선(1,500톤급)이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울돌목 시험조류발전소 핵심시설 중 하나인 수차발전시설 구조물(재킷)을 바다 속에 내려놓기 위해 울돌목 가운데로 접근했다.
13톤짜리 대형 닻 2개를 포함해 무려 8개의 닻으로 고정된 기중기선은 이어 와이어를 조금씩 풀며 재킷을 20여m 깊이의 바다 속에 내려 놓기 시작했다.
“우르릉~쏴아아~” 울돌목은 갑작스러운 쇳덩이의 난입에 격렬히 저항하듯 엄청난 물거품과 함께 동물울음 같은 소리를 토해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40분에 걸친 재킷 입수작업이 끝나자 울돌목의 저항도 이내 잦아들었다.
“와~성공이다.” 울돌목 가장자리에서 손에 땀을 쥐며 작업과정을 지켜보던 현대건설과 한국해양연구원 직원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세계 최대 수직축 수차(헬리컬 터빈)방식 조류발전소 건설의 첫 장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국내 처음으로 바닷물의 흐름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1㎿급 울돌목 조류발전소 건설공사가 시작된 것은 2005년 4월. 당시 공사를 맡았던 현대건설은 울돌목 물살이 거세지만 재킷을 설치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폭 294m 안팎의 협수로(狹水路)인 울돌목의 물살이 워낙 빠르다 보니 재킷을 현장에 내려놓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울돌목의 유속은 수심 평균이 초속 5.5m, 바다 표층은 최대 초속 6.5m에 달한다. 보통 한강에 홍수가 나 자동차가 떠내려갈 정도의 물살이 초속 2~3m이니 엄청난 속도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4월 재킷 입수작업에 나섰지만 재킷을 실을 바지선이 급류에 휘말려 진도대교와 충돌하는 바람에 작업을 포기해야 했다. 이 때문에 현대건설과 기술개발을 주도한 한국해양연구원은 조류발전소 설치 해역을 물살이 약한 곳으로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이날 재킷을 내려놓은 해역은 당초 설치장소보다 700여m 떨어져 있고 유속도 최대 초속 5.2m로, 1.3m가량 약하다.
재도전 끝에 재킷을 울돌목에 내려놓는데 성공했지만 ‘울돌목과의 싸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직 재킷의 해저 암반고정과 수차설치, 터빈장착 작업 등이 남아 있다. 현대건설은 재킷 주골조인 6개의 대형 쇠파이프(직경 137㎝) 속에 천공기계를 넣어 울돌목 해저 암반을 8m 깊이로 구멍을 뚫은 뒤 또 다른 쇠파이프를 끼우고 콘크리트로 타설해 고정시킬 계획이다. 이 공법 역시 빠른 물살을 고려한 것으로 세계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연말까지 재킷 고정과 수차설치 등 공사가 모두 끝나면 1년간 시범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울돌목 조류발전소의 전기생산능력은 2.4Gwh(240만㎾). 400가구(가구 당 월 평균 300㎾ 소비 기준)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하지만 당초 예상했던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울돌목의 강한 물살을 타고 휩쓸려 다니는 폐어구 등 해상쓰레기가 수차와 충돌하지 않도록 재킷에 차단막을 설치한 데다 수차 설치장소도 당초보다 유속이 떨어진 곳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연구원 박진순 선임기술원은 “발전소 위치 변경 등으로 다소 발전량이 떨어지겠지만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11월께 재킷 안에 600㎾짜리 수차 2개를 설치해 본격적인 시험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진도(울돌목)=안경호 기자 khan@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