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인사가 본격화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 출신 인사들이 분주하다. 새 정부 출범 후 곧바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벌써 석 달이 지나고 있어 다들 마음이 바쁘다. 이들 상당수는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캠프 출신이라는 이유로 낙하산 인사 시비나 내정설 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 최종 결과가 주목된다.
우선 방송특보단장을 맡았던 양휘부 전 방송위 상임위원은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사장에 공모 신청했다. 역시 방송특보로 활동했던 구본홍 전 MBC 보도본부장은 YTN 사장에 응모했다. 두 사람 모두 유력 후보다.
금융 공기업 중 우리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팔성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전 우리투자증권 사장)는 선대위 경제살리기특위에서 활동했고 이 대통령과 고려대 동문으로 서울시장 시절부터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산업은행 총재에는 민유성 리먼브라더스 한국대표와 함께 경제살리기특위 부위원장을 했던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회장도 거론된다.
공기업 중 최대 규모인 한국전력 사장에도 캠프 경제살리기특위 위원 출신인 정동락 전 한수원 사장이 오르내린다. 토지공사 사장에는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건설기획국장과 균형발전추진본부장을 지낸 이종상씨가 후보군에 들어 있다. 그는 캠프에서 정책특별보좌역으로 일했다. 이밖에도 공기업 감사나 이사를 맡으려는 캠프 멤버들이 즐비하다.
캠프 인사들의 공공기관장 도전에는 양면성이 있다. 대선 당시 모든 것을 건 사람들을 배려해야 하는 측면도 있는 반면에 정권의 인사 구도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민심이반이 심각한 지금 공기업 인사마저 잘못하면 우려스런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당장 일부 공기업의 경우 노조가 “낙하산이다” “특정인을 앉히기 위한 허울뿐인 공모”라는 등 반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최근 공공기관장 인선의 최우선 기준으로 ‘전문성’을 언급한 것도 이 같은 고민이 담겨 있다는 해석이다. 낙하산 논란을 빚지 않도록 능력 위주로 인선하라는 취지다.
그러나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공기업 인사에서는 전문경영인이나 전문성을 갖춘 관료들이 주로 배치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대선에 기여한 정치권 인사를 배제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분위기 때문에 캠프 인사들이 과거에 비해 오히려 역차별 받고 있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어디가 적정선일까, 청와대는 그 선을 찾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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