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ㆍ북한 어린이들이 함께 볼 수 있는 국어사전인 <보리국어사전> 이 보리출판사에서 나왔다. 보리국어사전>
윤구병 전 변산공동체 대표의 주도로 2001년 기획돼, 8년 만에 선보인 이 사전에는 남쪽 초등학교 교과서에 사용되는 낱말 2만7,387개를 포함해 모두 4만여 단어가 수록돼 있다.
통일시대를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가락장갑(손가락을 하나씩 끼울 수 있게 구멍을 낸 장갑), 아금박하다(씀씀이가 빈틈없고 알뜰하다), 얼림수(그럴듯한 말로 남을 속이는 솜씨) 같은 북쪽어휘 800여개도 표제어로 올라있고, 다리매(각선미), 가위주먹, 돌가위보(가위 바위 보) 등 뜻은 같지만 북쪽에서는 다른 형태로 쓰이는 낱말 2,500여개도 남한어휘의 관련어로 제시하고 있다.
남북의 체제와 문화 차이를 드러내는 낱말이나 표현은 삼가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가령 ‘감시(監視)’ 라는 단어에 대해 다른 사전이 ‘북한 주민들은 집단농장에서 감시를 받으며 일한다’ 같은 용례를 들고 있지만 이 사전에서는 ‘문제나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주의깊게 지켜보는 것’ 이라는 식으로 풀이하고 있다.
뜻풀이도 한자어ㆍ 관념어를 지양하고 쉬운 토박이말 사용에 애썼다. 철학(哲學)을 정의할 때 ‘인간이나 세계에 관한 근본원리를 탐구하는 학문’처럼 설명하는 다른 사전과 달리 ‘사람, 삶, 세상들에 대해 배우거나 겪어서 얻은 기본 생각’ 이라는 식으로 풀이한다.
식물도감, 나무도감, 곤충도감 등 다양한 도감을 펴냈던 출판사답게 2,400점이 넘는 세밀화와 사진 등을 수록하고 있어 백과사전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도록 했다.
윤구병 전 대표는 “남북분단을 변하지 않을 것처럼 받아들여, 남녘편에서 서서 낱말을 고르고 풀이하는 사전편찬자들의 편집태도가 눈에 거슬렸다”며 “남녘과 북녘의 초ㆍ중등학생이 함께 볼 수 있는 국어사전을 펴내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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