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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의심을 깨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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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의심을 깨는 여행

입력
2008.05.27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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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7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한중관계의 격이 높아지고 경제ㆍ통상분야 등 두 나라 교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돼 기대감을 나타내는 사람이 많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가 최근 역풍을 맞고 있는 가운데 이뤄지는 방문이어서 한국의 향후 외교 방향을 짚어볼 수 있는 척도가 될 수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그런 점을 잘 알고 있을 터이고 그렇기 때문에라도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며 마음을 다질 것이다.

그런데도 중국으로 떠나는 그의 걸음이 경쾌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것이 앞서 심혈을 기울인 한미정상회담, 한일정상회담이 쇠고기 파문,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 등 엉뚱한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쇠고기 문제는 한미 두 나라의 통상문제를 넘어 한국 내부의 정치, 사회문제로 비화하면서 정부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따라서 중국 방문은, 실용외교를 표방하고도 실용적인 결과를 내지 못한 한미정상회담, 한일정상회담과 달라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이번 방중에서 주목되는 것은 두 나라가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할 지 여부다. 양측에는 이미 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데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되면 두 나라는 전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게 된다. 상대방을 변수가 아닌 상수로 인정하고 외교정책을 펼 때도 상대를 고려해야 하며 대화를 통해 속을 털어놓는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중국은 현재 미국 일본 러시아 등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지만 이들 나라가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의 라이벌이라는 점에서 한국과는 다르다. 하기에 따라서는 한국이 더 편한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남북한 당국의 직접 대화 채널이 매우 위축돼 있기 때문에 중국이 적절한 중개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의미가 더 커진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와 밀접한 것은 한국에 대한 중국의 의심을 지우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 시절 한미관계가 매우 불편했다고 단정하고 한미관계의 복원을 거듭 강조했는데 이것이 “한국이 미국에만 기대고 중국은 소홀히 한다”는 의심을 낳았다. 이를 냉전적 한미일 3각 동맹으로 해석하면서 긴장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이번 중국 방문에 맞춰 “한국이 중국을 소홀히 대한다는 인상을 지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게다가 중국은 지진으로 국가적 슬픔에 젖어있으니 그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격려가 큰 힘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정상회담만으로 한중관계가 정리될 것으로 보는 것은 단순한 생각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아시아 관계에는 미국과 중국, 미국과 일본, 중국과 일본, 중국과 북한, 미국과 북한 등의 다양한 이해가 몇 겹씩 겹쳐있으며 그 이해관계가 때로는 상호충돌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한국이 이들 나라의 정상과 차례로 만나고도 자칫 그 어느쪽으로부터도 지지를 받지 못하는 외톨이가 될 수 있는 가능성마저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국은 정상회담을 하고도 미국과 북한의 핵 협상에서 소외되고 일본으로부터는 독도 영유권 주장이라는 일격을 당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한중정상회담은 두 나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 외에도 한국 외교의 중심을 잡고 외교적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박광희 국제부 차장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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