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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 '왕국'홍보차 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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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 '왕국'홍보차 방한

입력
2008.05.27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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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상처가 있는 독자가 들어와 마치 온천에서 피로를 푼 듯한 느낌으로 나갈 수 있는 세계를 만든다는 느낌으로 소설을 씁니다.”

<키친> <암리타> <아르헨티나 할머니>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일본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44ㆍ본명 요시모토 마호코)씨가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 새로 국내 번역된 연작 장편 <왕국> (민음사 발행) 홍보를 위한 2박3일(25~27일) 방한으로, 2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요시모토씨의 작품은 1995년부터 이번 3권짜리 신작까지 총 17권이 번역됐으며, 이중 민음사에서 나온 15권은 110만 부 가량 팔렸다. 그는 일본 현대문학사에 빠짐 없이 거론되는 중요 작가이기도 하다. 88년 데뷔작이자 출세작인 <키친> 을 통해 지극히 평범하고도 사적인 감성ㆍ언어를 소설의 영역에 끌어들였고, 후속작 <물거품 성역> (1988) <츠구미> (1989) 등을 연달아 흥행시키며 80년대말 ‘바나나 현상’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왕국> 은 요시모토씨의 첫 시리즈물로, 2002년과 2004, 2005년에 각각 쓴 1~3권이 이번에 소개됐다. 신비한 치유 효과를 발휘하는 약초차를 만드는 할머니와 단둘이 산중에 살다가 도시로 내려온 소녀 ‘시즈쿠이시’가 주인공으로, 그녀가 맹인 점술가 ‘가에데’와 그의 동성애인 ‘가타오카’, 선인장과 영적으로 교감하는 원예사 ‘신이치로’ 등과 교유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일종의 성장소설이자, 비현실적 면모를 지닌 인물들이 등장하는 환상소설, 자연-문명의 갈등을 그린 비판소설로도 읽힌다. 작가는 이 작품을 ‘판타지’라고 말했다. “ <해리포터> 시리즈의 유행을 보면서, 내 나름의 근사한 판타지를 쓰고 싶었다”는 그는 “앞으로 두 권을 더 보태 5권으로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시모토씨는 자신의 모든 소설이 ‘우화’라고 말했다. 그는 “내 소설의 지향점은 고대 민담을 현대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라며 “(작가 자신의 경험을 작품화하는) 일본 특유의 사소설(私小說) 전통과 내 소설은 서로 극점에 있다”고 말했다. 현실이나 경험을 작품에 직접 반영하는 자전적 소설은 쓰지 않는다는 것인데, 작가는 “우화ㆍ판타지를 통해 감수성 예민한 독자들에게 현실과 맞설 수 있는 힘을 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치 사춘기를 겪듯 예민하고 스스로 세상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고 여기는 이들이 내 주요 독자”라고 말한 요시모토씨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했던 내 10대, 20대 시절의 느낌을 형상화해 이들에게 힘을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젊은 층의 높은 자살률을 거론하며 “자살하려는 젊은이가 한시라도 그 시간을 늦추기를 바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소설을 쓰기도 한다”고도 말했다.

다섯 살 아들과 함께 한국에 온 요시모토씨는 “요즘은 육아에 바빠 글 쓰는 일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근황을 전하며 “아들이 어느 정도 자란 만큼 조만간 예전처럼 활발히 작품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 소설이 한국에서 인기를 누리는 이유에 대해선 “최근 일본 소설의 초국적적인 감각, 섬세한 묘사가 젊은 독자들에게 어필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글ㆍ사진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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