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이 6월 1일로 개점 1주년을 맞는다. 국내 최초의 ‘교외형 명품 아울렛’을 표방하며 화려한 팡파르를 울렸던 1년 전과 달리, 첫 돌은 변변한 축하행사 없이 조용하게 지나가는 모양새다.
정체 상태에 빠진 국내 유통업계에 선진 유통업태를 도입,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공적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성적이 기대 이하인 탓이다. 개장 이래 줄곧 지적돼온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평가와 기대에 못 미치는 낮은 영업이익률, 신규 출점 계획 차질 등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순익은 4억원, 해외 로열티는 28억원
신세계첼시(대표 김용주)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개장 이후 방문 차량 수 분석과 영업동향으로 추정한 누적고객이 300만명, 이 중 동남아와 중국 등지에서 온 해외방문객이 6만여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지난 1년 동안 방문고객 중 절반은 1~2회, 25%는 3~5회 이상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5~10회 이상 방문한 고객도 약 20%였다.
그러나 방문객의 수와 빈도에 비해 매출은 저조하다. 개장 초 연매출 1,500억~2,000억원까지 기대했지만, 지난 일년간 매출은 1,200억원대 초반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률은 더 심각하다. 신세계첼시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의 영업이익은 17억원, 순이익은 4억3000만원에 불과했다. 영업이익률이 3%를 간신히 넘는 셈이다.
반면 첼시그룹 등에 낸 수수료는 28억원에 달했다. 신세계첼시 마케팅팀 채은 과장은 “초반 각종 투자설비비를 들인 것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올해엔 1,600억원대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품 아울렛’에서 ‘프리미엄 아울렛’으로
매출 부진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해외 럭셔리 브랜드 유치는 물론 물량 확보가 어렵다는 데서 온다. 입점한 122개 브랜드 중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들어와있는 고가 럭셔리 브랜드는 18개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원하는 물건을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아울렛업체 관계자는 “보통 정상매장이 8개 정도는 있어야 아울렛 매장 1개를 운영할 수 있다고 보는데, 국내 들어와있는 럭셔리브랜드 중 이 정도의 매장을 운용하는 곳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매장이 비교적 물량이 풍부한 매스티지브랜드인 코치 폴로랄프로렌, 대중브랜드인 나이키 빈폴 아디다스 등으로 채워지는 이유다. 버버리가 동남아시아 재고 물류센터를 전략적으로 한국에 집중, 4월부터 물량 공급이 늘면서 최근 인기가 상승한 것을 제외하면 최다 매출 1위가 대중브랜드 빈폴이다. 이 때문인지 개장 초기 과시적으로 사용했던 ‘명품 아울렛’이라는 명칭을 최근 슬그머니 ‘프리미엄 아울렛’으로 바꾸었다.
여주 오픈 후 야심차게 진행됐던 신규 출점 계획이 잇따라 암초를 만나고 있는 것도 신세계첼시의 체면을 구긴다. 여주에 이어 파주에 제 2호점을 개설하려던 계획은 MOU를 맺었던 부지개발 업체와 최근 지가 산정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으면서 무산됐다. 이 업체는 신세계 측과 MOU를 파기한 뒤 경쟁사인 롯데와 손을 잡았다. 3호점에서 2호점으로 순번을 당긴 부산 기장점 부지도 현재 환경영향평가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아울렛 사업보다 부동산 투자 수익?
정작 여주 아울렛의 진가는 매출보다 부동산 투자수익에서 제대로 발휘됐다. 신세계는 2005년 미국 최대의 아울렛업체 첼시프로퍼티그룹과 5대 5로 출자, 신세계첼시를 설립하면서 경기 여주읍 상거리 산 15-1번지에 8만여평의 부지를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대형 아울렛을 유치해 지방자치단체 수익을 증진시키려는 여주시로부터 상당한 특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부동산 관계자는 “2005년 허허벌판인 군유지를 매입했는데, 아울렛 들어온다는 소리에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다”며 “작년 공시지가가 ㎡당 7만5,000원이었고, 올해 추정가는 58만2,000원이니 매입 당시와 비교하면 앉은 자리에서 최소 10배 이상 수익을 얻은 셈”이라고 말했다. 최근 지자체마다 해외 대형 아울렛 업체들의 입질이 잦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울렛업계 관계자는 “아울렛은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패션업체에는 기존 유통망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재고처리를 할 수 있는 채널을 제공한다는 것이 존재가치”라며 “여주 아울렛이 흥미로운 볼거리를 넘어 진정한 유통채널로 기능하려면 브랜드와 물량 확보에 선진적 노하우를 쌓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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