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위기 이후 가까스로 활력을 찾아가던 국내 증시가 최근 다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6일 코스피지수는 엿새째 하락하며, 약 한달 만에 장중 1,800선마저 붕괴됐다. 이날 한때 1,791선까지 밀렸던 코스피지수는 마감 직전 겨우 1,800선에 턱걸이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증시 불안의 원인은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 탓이며, 단기적으로 1,760~1,770선까지 후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3월 악몽 재현 vs 과열해소 국면
우리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원은 “최근의 주가조정은 증시 단기과열 해소 국면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유가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수상승을 막고 있지만 한국기업의 이익은 지속적인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증시는 3월 급락 이후 장기 상승추세로 이미 진입했다”며 “추가하락이 나타난다고 해도 1,760선을 밑돌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도 “고유가 부담을 체감하게 되면서 투자심리에 영향을 끼치는 모습”이라며 “12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1,760선에서 반등조짐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동양종금증권 원상필 연구원은 “두달간 상승 이후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는 만큼 국면전환 여부를 확인할 시점”이라며 “외국인 매도세가 강화되면서 추세반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시장이 과매도 국면에 진입했기 때문에 중기 조정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1차 지지선이라고 할 수 있는 1,810선이 붕괴된 만큼 중기조정 가능성에 대한 지속적인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주에 발표되는 각종 글로벌 경제지표를 보고 코스피지수가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며 “1,765선에서 1차 테스트를 거친 후, 상황에 따라 1,700선 하단까지 내려갈 공산도 있다”고 전망했다.
주가 향방의 관건은?
무엇보다 외국인의 움직임이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2주 전에는 외국인 매수에 따라 급등한 반면, 지난 주에는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면서 지수를 원점으로 되돌리는 등 주도주(주도업종) 없는 유동성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며 “외국인 선호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고 있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프로그램 매매의 경우 6월 동시옵션만기일(12일)을 앞두고 매수보다는 매물이 더 많이 나온다면, 추가하락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주 미국에서 발표될 인플레이션 관련 지표들도 주시해야 한다. 미국의 컨퍼런스보드의 5월 소비자신뢰지수, 4월 PCE물가지수, 4월 신규주택판매, 5월 시카고 제조업지수 등의 발표가 예정돼 있다. 김중현 연구원은 “주택가격 하락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물가상승 압력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소비심리 악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임정석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악재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이익이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아직 국내 증시도 저평가 상태라 올초처럼 외국인의 대량 투매는 없을 것”이라며 “1,780선에서 하락세를 접고 2분기 실적 발표를 계기로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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