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이 흉흉하고 온갖 괴담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민심을 추스르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 확인만 하면 금세 거짓으로 드러나는 괴담조차 정부가 설명하면 국민은 믿지 않고 있다. 불신의 골이 깊기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정부와 국민 간 충돌양상으로 악화하고 있다. 평화적이었던 촛불집회는 거리시위로 변질되고 있고, 정부는 주동자 색출과 적극가담자 처벌 등 서슬 퍼런 엄정대처 방안을 밝히고 있다. 집권 3개월 만에 정부가 위기를 맞는 전례 없는 상황이다.
불과 5개월 전 역대 최대 표차로 이명박 대통령에 표를 몰아줬던 국민들이 이렇게 돌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각계 인사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이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운영 방식이 민심이반과 위기를 초래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 후 ‘경제살리기’라는 지상과제를 향해 앞만 보고 내달렸다. 종종 절차나 과정이 무시됐다. 공무원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드러나면서 공직사회가 등을 돌리고, ‘여의도 정치’에 대한 혐오로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과의 대화도 등한시 하면서 ‘불통(不通)의 정치’가 일상화했다. 여기에다 인사편중, 부자내각 논란이 겹쳐지면서 민심은 순식간에 멀어져 갔다.
이런 상황에서 터진 쇠고기 파문은 속으로 끓고 있던 이 대통령에 대한 불만, 반감을 일거에 폭발 시키는 계기가 됐다. 부실협상이라는 비판에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조급하게 협상을 매듭지었다는 인상을 주면서 국민적 자존심도 상처를 입었다.
그래서 중학생도, 아이를 업은 주부도, 회사원도 거리로 나섰다. 결국 이 대통령이 사과하고 정부는 미국과 추가협의를 통해 보완책을 마련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정부에서는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나오지 않고 있다. 더욱이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부결되자 한나라당은 안도하는 모습을 보여 지지층마저 “한심하다”고 손가락질 하는 상황이 됐다.
그렇다고 난국을 돌파할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정치원로는 “해임건의안이 부결됐더라도 정 장관이 명예롭게 자진 사퇴, 국민에 성의를 보였어야 했다”면서 “그런 식으로 날이 선 민심의 긴장도를 조금씩 낮춰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주무장관 교체로 민심을 다독이면서 검역주권이나 안정성 확보 대책들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민심이반의 중요한 원인인 인사에서 연고나 지연을 초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조만간 이루어질 공공기관장 인선이 그 시험대가 될 것이다. 정치복원과 소통을 위해 야당과의 대화를 확대하고 BBK 문제 등에 대해서도 승자의 아량을 보여주는 정치력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적지 않다.
특히 다음달로 예고된 노동계의 하투(夏鬪)가 우려스럽다. 무작정 억누르는 식으로 접근할 경우 자칫 극도의 혼돈양상이 전개될 수도 있고, 그렇다고 마냥 물러서기에는 대내외적 경제여건이 너무 어렵다.
결국 해법은 사회적 합의 도출로 집약된다. 아일랜드가 유럽 변방국가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데도 사회적 대타협이 크게 기여했다. 여야 노사정의 대타협은 사회적 약자의 정책결정 참여로 소외감과 갈등을 줄이고, 그 안정을 바탕으로 정부는 외국의 투자를 유치하고 기업은 경쟁력 강화에 올인할 수 있다.
여기서 국민도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제 불과 3개월 된 시점에서 정부를 평가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방향이 옳다면 믿고 따라 줘야 정부도 국가대계를 바로 세울 수 있다.
정부를 못 믿는 국민보다 믿는 국민이 더 많고 국가발전 방향에 공감하는 국민이 더 많을 때 선진화로 가는 동력이 생긴다. 사회적 타협은 시간이 걸리고 인내를 필요로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가장 빠른 지름길일 수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