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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박물관 우리 땅에 짓자"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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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박물관 우리 땅에 짓자" 경쟁

입력
2008.05.27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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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숨결이 스며있는 아차산을 사이에 두고 서울 광진구와 경기 구리시가 동시에 고구려 박물관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양측은 내년 비슷한 시기에 수백억대의 예산을 들여 비슷한 개념의 건물을 세우는 게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 광진구는 395억원을 들여 광장동 384의 8 일대 3만7,444㎡ 부지에 지하1층, 지상2층, 총면적 6,137㎡ 규모의 ‘아차산 고구려 역사문화관’ 건립공사를 내년 상반기 착공, 2011년 하반기 완공할 계획이라고 26일 밝혔다.

역사문화관에는 상설전시관과 지하 수장고, 체험관, 기획전시관, 교육실, 자료실, 학예연구실, 강당 등이 들어선다. 문화관은 이와 함께 아차산 일대에서 출토된 각종 토기와 철기 등 유물 전시 및 관람객 체험ㆍ교육프로그램 등도 운영할 예정이다.

하지만 구리시도 지난해부터 고구려 테마파크를 조성하기로 하고 그 일환으로 고구려 역사기념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시는 2011년 10월 완공 예정인 교문동 일대 3만3,000㎡에 330억원을 들여 유물전시관, 벽화전시관, 고구려자료실 등을 갖춘 지하1층, 지상1,2층, 연면적 9,396㎡ 규모의 ‘고구려 역사기념관’을 짓기 위해 국민성금을 모금 중이다. 현재 23억원이 모였는데, 2009년 8,9월께 착공 예정이다.

시는 최근 5억원을 들여 광개토대왕비 복제비를 건립하는 등 고구려 유적을 선점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 4월에는 22억원을 들여 4,990㎡ 규모의 고구려 대장간 마을을 재현했다.

하지만 아차산을 경계로 비슷한 내용의 고구려 역사공간을 조성하는 것과 관련, 중복투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구리시 관계자는 “광진구는 국비를 지원 받고, 구리시는 민간 모금운동을 통해 기념관을 건립하는 등 테마를 달리해 고구려 역사를 재현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고구려 유적지 개발에 대해서는 광진구와 구체적으로 협의된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광진구 관계자는 “그 동안 고구려 유적지를 함께 개발하자고 구리시에 요청을 했는데도 구리시가 먼저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지지부진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황평우(47)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양 단체가 비슷한 내용의 건물을 지어 놓고는 전시가치조차 없는 복제물만 내 놓을 게 뻔하다”며 “고구려 개발의 주도권을 위해 이전투구만 일삼는 전형적인 예산낭비이자 전시행정의 표본”이라고 지적했다.

황 위원장은 이어 “알맹이 없이 건물만 짓고 보자는 단체장의 한건주의, 돈만 받고 거수기 역할을 대행하는 자문위원, 이를 수수방관만 하는 문화체육관광부 등의 합작품”이라며 “아차산 일대의 고구려 유적 조사와 함께 유물의 분포지역 지도를 만든 다음 양 단체가 협의해 1곳의 기념관을 건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김응서인턴기자(서울대 외교학과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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