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화약고’로 불리는 레바논의 제12대 대통령에 미셸 술레이만(60ㆍ사진) 전 군참모총장이 취임하면서 그가 갈등과 분열을 수습하고 화합과 평화의 새 시대를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술레이만 대통령은 25일 레바논 국회 전체회의에서 128표 중 118표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이날 곧바로 취임식을 갖고 임기 6년의 대통령 업무를 개시해 에밀 라후드 전임 대통령의 퇴임 이래 6개월째 계속돼온 국가 수반 공백 상태를 끝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정파간 대화와 국민 화합에 주력할 것”을 천명했다.
술레이만 대통령의 뒤늦은 취임은 레바논의 분열상을 한 눈에 보여준다. 레바논의 정치 세력들은 지난해 11월 라후드 전임 대통령이 임기 만료로 퇴임했으나 의견 대립으로 최근까지 후임자 선출에 필요한 회의조차 열지 못했다. 친 시리아 계열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내각의 각료 지분을 요구했으나 푸아드 시니오라 총리가 주도하는 친 서방 집권세력이 거부 의사를 표명해왔기 때문이다.
그러자 헤즈볼라는 지난해 초 수도 베이루트를 무장 공격해 레바논이 한때 내전 위기로 치닫기도 했다. 술레이만 대통령의 취임은 양측이 ‘중동의 중재자’로 불리는 카타르의 중재로 재협상에 나서 정국 안정화 방안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이뤄졌다.
술레이만 대통령이 화합을 이끌어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레바논 현지 주민의 반응을 인용해 “술레이만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과 원만한 성품으로 헤즈볼라와 수니파 양측의 호감을 동시에 받고 있다”며 갈등과 분열을 수습할 적임자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술레이만 대통령이 10년 동안 군참모총장을 지내면서 레바논에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중립을 유지하고 국가 안보에 주력해왔다고 보도했다.
그렇지만 그가 독자적인 정치 세력을 확보하지 못한데다 대통령이 된 것도 정파간 합의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차기 내각에서 거부권을 가진 각료 3분의 1을 보장받은 헤즈볼라의 향후 행보도 잠재적 불안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술레이만 대통령의 취임으로 현재의 시니오라 내각은 자동 해산되며 내년 초 총선을 통해 새 내각이 구성된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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