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 대학 총장 협의기구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김영식 사무총장이 26일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옛 교육인적자원부 차관 출신으로 2006년 5월 취임한 김 총장은 4년 임기를 2년 가량 남겨둔 상태여서 사표 배경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김 총장 측은 “청와대와 교육과학기술부의 사퇴 압력으로 사표를 낸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사실 여부에 따라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대교협은 “김 총장이 이날 오전 손병두(서강대 총장) 회장에게 사표를 제출했다”며 “사표 수리 여부는 6월 초 열리는 이사회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회는 총 26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참석 이사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김 이사 해임 안건이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장의 사표 제출은 청와대와 교과부의 사퇴 종용이 직접적인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대교협 사무총장 교체설은 새 정부 출범 직후인 3월부터 불거져 나왔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던 동서대 김대식 교수가 사무총장에 내정됐다는 소문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당시 김 총장은 “공식 통보를 받은 적은 없지만, 그런 움직임을 들었다”고 말하기도했다.
대교협 주변에서는 김 총장이 청와대와 교과부의 계속되는 사퇴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사표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교협 관계자는 “최근 교과부 고위간부가 김 총장을 만난 사실이 있는데, 이 자리에서 김 총장의 용퇴를 권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종구 2차관도 최근 김 총장을 시내 모처에서 만나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져 ‘사퇴 압력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김 총장은 최근 지인들에게 “(교과부)후배들이 나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말해 청와대가 교과부를 통해 김 총장 사퇴를 유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교육계에서는 김 총장 사표가 외부 압력에 따른 것으로 확인될 경우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기업도 아닌 대학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대교협 실무 총책임자 인사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정당성이 결여되는데다, 대학자율화 원년을 맞아 입시 자율화 추진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총장 사퇴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대교협은 당장 6월말까지 사무총장의 총괄 지휘로 2009학년도 대입전형기본계획을 확정해야 하는데, 후임 사무총장 인선이 늦어질 경우 입시업무 전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대교협법에 따르면 교수가 사무총장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교수 출신이 사무총장으로 오려면 정관을 고쳐야만 가능하다는 뜻이다. 후임 대교협 사무총장으로는 김대식 교수와 서울대의 다른 교수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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