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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산골에 골프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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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산골에 골프 붐

입력
2008.05.27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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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산골 마을의 ‘마당골프’를 아시나요?”

홍천군 서석면 검산리 효제곡 마을 입구의 공유지인 소나무 숲. 어린 손자를 등에 업은 할머니가 퍼팅을 하고 있다. 어린 손자는 난생 처음 보는 신기한 놀이에 할머니 등 뒤에서 고개를 길게 빼고 쳐다 본다.

검게 그을린 한 농부는 논일을 막 마치고 온듯 진흙 묻은 장화를 신은채 골프를 한다. 키 작은 외국인 며느리들도 삼삼오오 모여 퍼팅 놀이에 신이 났다.

최근 18홀 미니 퍼팅장이 생긴 효제곡 마을의 풍경이다. 이 마을의 미니 퍼팅장은 소나무숲을 따라 홀컵 18개를 박고 깃대를 꽂은 후 예초기로 잡풀을 깎아 코스와 러프지역을 경계 삼은 일명 ‘마당골프’ 수준이다.

그러나 이 마을 주민들에게는 ‘효자 놀이’가 됐다. 효제곡에 이런 풍경이 연출된 것은 귀농한 마을 청년 이왕준씨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힘든 일을 마친 마을 어른들이 저녁에 하는 여가활동이라고는 화투와 음주 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고 생각해낸 것이다. 서울에 있을 때 가족들과 미니골프장을 함께 다녔던 기억을 떠올려 소나무숲의 퍼팅장 활용을 고안했다.

어른들을 화투판과 술판에서 퍼팅장으로 유인하려면 기본 장비인 퍼터가 넉넉하게 준비되어야 했지만 심신산골에서 구하기는 불가능한 일.

따라서 이씨는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사정을 알렸고 협회가 답사를 마친 뒤 몇몇 골프장에 협조를 구해 왼손용 퍼터 2개 등 모두 28개의 퍼터와 철제 홀컵, 깃대를 모아 전달했다.

이 마을의 노인회장은 “신기하고 재미있다. 마을이 밝아졌다”고 말했다. 청년회는 퍼팅장 주변에 조명을 설치해 야간에도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지금 효제곡은 옷도, 신발도, 코스도 자연 그대로의 ‘청정 골프’ 매력에 푹 빠져있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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