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하는 동안 주유소 직원이 주유기의 손잡이를 살짝 살짝 잡는지 잘 보세요. 기름이 덜 들어간답니다.”
연일 기름값이 치솟자 최근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괴담’이다. 지난달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문제를 계기로 촉발된 괴소문은 이제 사회정책분야는 물론이고 생활분야까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근거가 없는 괴소문들은 천박한 의심 수준인데도 불구하고 감정에 편승해 아무런 확인절차나 여과정치 없이 주로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사회적 불신과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주유소 괴담’은 주유소 직원이 주유기에 달린 손잡이(스위치)를 몇 번 잡았다 놓아 기름이 계기판에 표시된 양보다 1~3 리터 덜 들어가게 해 부당이득을 챙기고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것이 주유소들의 반응이다.
직원들이 주유기의 손잡이를 잡았다 놓는 행동은 차량 연료통에 찬 가스를 빼주어 기름이 원활하게 들어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기름 탱크에서 출고되는 양을 자동으로 인식하는 센서가 있어 기름을 덜 넣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주유소 업자들은 “기름 값이 크게 오르자 계기판 숫자보다 적게 넣는 것 아니냐는 의심에서 비롯된 ‘찔러보기’같다”며 억울해 했다.
괴담은 이미 한 물 간 소문도 부활시키고 있다. 지난해 유행했던 ‘단골 주유 고객차량에 스티커 붙이기’ 소문이다. 주유소에서 ‘불량기름’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 순진한 단골고객의 차 연료통에 스티커를 붙여놓고 이들에게는 마음 놓고 가짜 휘발유를 넣는다는 것이다.
한 주유소의 직원은 “헛소문인데도 고객들이 주유하는 과정을 유심히 지켜 볼 때는 공연히 미안해 진다”며 “같은 주유기로 누구에게는 진짜 기름을 단골고객에게는 가짜 기름을 넣는다는 게 말이 되냐”며 어이없어 했다.
유가 급등에 따른 기름 관련 괴담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법원에서 불법으로 최종 판정까지 받은 유사휘발유 ‘세녹스’의 합법화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질 판이다. 유사휘발유가 차량의 연료로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정부가 특소세와 교통세 등 세수를 위해 이를 불법화 시키고 있다는 것이 괴담의 주장이다.
이런 괴담이 횡행하는 가입자 수만명의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서 현재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는 유사휘발유의 제조원가가 정상 기름보다 비싸고, 대부분이 차량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목소리는 오히려 악성 댓글만 받는 신세가 되고 있다.
특정 사안에 대한 괴소문이 한번 돌면 꼬리를 물고 2차, 3차 관련 설(說)이 양산되는 것도 요즘 괴담의 특징이다.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관련된 소문이 1차 상품이라면 ‘미국산 소고기를 팔려는 L마트가 젊은이, 청소년들이 대거 광우병 집회에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계열사인 L테마파크의 자유이용권을 1만원에 뿌리고 있다’는 허황된 소문은 파생상품인 셈이다.
연세대 조한혜정(사회학) 교수는 “요즘 괴담 아닌 것이 없을 정도로 우리 사회가 총체적인 불신사회로 치닫고 있다”며 “생활과 가장 밀접한 쇠고기 수입 문제에서 정부와 정치인, 언론 등 주류정보 생산자들에 대한 신뢰가 근본적으로 무너지면서 국민들이 자구책으로 자기들만의 정보를 공유하고 의지하려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대혁 기자 김혜경기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