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주년 기념공연이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근래 한국에서 열린 최고의 록 콘서트였다. 24일 서울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린 ‘조용필 데뷔 40주년 기념 공연’에서 조용필은 시종일관 일렉트릭 기타를 잡은 로커였다.
그는 ‘밀양 아리랑’ ‘고추잠자리’ 등의 곡을 강렬한 록 사운드로 재편곡해 불렀고 ‘못찾겠다 꾀꼬리’와 ‘청춘시대’처럼 애초에 록의 느낌이 강했던 곡을 부를 때는 마치 20대 로커처럼 폭발적인 에너지로 관객들을 압도했다.
물론 ‘조용필의 40년’을 지켜본 관객들을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그는 공연 중반에 ‘돌아와요 부산항에’ ‘창밖의 여자’ ‘허공’ 등 이제는 국민 가요가 된 느린 템포의 히트곡들을 한데 모아 관객들과 함께 부르는 시간을 마련했다.
하지만 조용필과 그의 밴드 위대한 탄생은 공연의 대부분을 일렉트릭 기타의 굉음으로 채웠고, 듣는 이의 심장을 울리는 드럼은 정통 록 사운드의 진수를 들려줬다.
5년 전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35주년 기념공연이 무대 위에서 대규모 이벤트나 퍼포먼스를 보여 주었다면, 이번 40주년 공연은 오직 노래와 연주에 그의 역량을 집중했다. 이렇다 할 멘트도 많지 않았다.
화려한 볼거리는 세 개로 나눠진 대형 LED를 통해 전달되는 영상과 형형색색의 조명을 뿜어내는 네 개의 대형 타워가 대신했다. 잡다한 장치 없이 조용필의 노래와 색과 빛의 결합만으로 이뤄진 공연은 조용필의 ‘음악’에 더욱 집중하도록 만들었고, 한국 음악계의 ‘제왕’인 그의 역량을 새삼 실감케 했다.
곡 하나하나가 마치 뮤지컬처럼 드라마틱한 구성을 가진 그의 노래는 듣는 사람에게 음악만으로도 스스로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드는 힘을 가졌고, 앵콜 곡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부를 때까지 맑고 차가운 물처럼 공연장에 퍼지는 그의 목소리는 그가 단지 ‘전설’이 아니라 ‘최고의 현역 가수’라는 것을 웅변했다.
조용필은 얼마 전 “지금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공연 수익을 올리는 밴드”라면서 자신과 비슷한 연배의 밴드 롤링 스톤즈의 앨범을 명반으로 추천한 바 있다.
조용필의 40주년 기념공연은 그 역시 롤링 스톤즈처럼, 앞으로 보여줄 것이 더 많은 현재 진행형의 뮤지션이라는 것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잠실주경기장을 가득 채운 채 3시간 동안 그에게 열광적인 반응을 보낸 팬과 그의 목소리가 있는 한, 조용필은 21세기에도 우리 곁에 남아 있을 듯 하다. 40주년 기념 공연은 7월까지 전국을 돌며 계속된다.
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