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1주기를 맞은 ‘국민 수필가’ 금아(琴兒) 피천득(1910~2007) 선생을 기리는 ‘금아 피천득 기념관’이 6월5일 서울 잠실롯데월드 3층 민속관 내 40평 규모로 개관한다.
기념관 중앙엔 고인의 대표 수필 <인연> 을 형상화한 조각상이 배치되고, 그 둘레로 고인의 반포동 자택 서재에 있던 육필 원고, 사진, 인형 등의 유품이 전시된다. 기념관 관계자는 “원래 이달 29일 고인 탄생일에 맞춰 개관하려고 했다가 좀더 준비해서 내달 5일 오후3시에 개관식을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연>
25일 오후엔 고인의 묘소가 있는 경기 남양주시 모란공원묘지와 인근 모란미술관에서 유족, 서울대 영문과 교수 시절 제자 등 각계 인사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주기 추모행사가 열렸다.
추모식은 묘소 앞에서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의 추모 기도로 시작됐다. 이어 <서정시집> <생명> 등의 시집을 냈던 고인의 시 ‘너’가 새겨진 시비 제막 행사를 가졌다. 생명> 서정시집>
묘 옆에 세워진 시비는 상단에 고인의 며느리 홍영선씨가 쓴 한자 ‘琴兒詩碑(금아시비)’가, 그 밑으로 서예가 조주연씨의 한글 글씨로 시 전문이 새겨졌다.
시비설립추진위원장을 맡았던 심명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올 4월 선생의 학부ㆍ대학원 제자 800여 명 중 연락이 닿는 70명에게 협찬을 부탁했는데, 소식이 퍼지면서 총 90명이 시비 제작 비용을 부담했다”면서 “선생이 남기신 100편 가량의 시 중에서 차남인 피수영 교수가 부친이 생전에 가장 좋아하던 시라고 꼽은 ‘너’를 새겼다”고 말했다.
헌화를 마친 뒤 참석자들은 모란미술관 야외 추모식장으로 자리를 옮겨 생전 고인의 문학 정신과 넉넉한 인품을 회고했다. 김남조 시인의 추모사에 이어,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는 1968년말 고인이 강연차 뉴욕을 방문했다가 예고 없이 김 교수가 유학하던 보스턴 케임브리지대로 찾아왔던 일을 소개했다.
그는 “제자와 십수년 전 인연을 맺은 미국 교수를 만나고, 보스턴심포니 공연을 관람하고 싶으셔서 주최 측이 마련한 호텔 숙소를 마다하고 8, 9시간 버스를 타고 내 기숙사를 찾으셨던 것”이라며 “룸메이트 도움을 받아 부랴부랴 기숙사 지하실에서 선생님께서 주무실 매트리스를 가져오면서 그 분의 소탈한 면모에 내심 감탄했다”고 말했다.
문상득 서울대 명예교수는 “선생님을 처음 뵀던 곳은 51년 피난 시절 부산에 마련된 임시 캠퍼스였다”며 “참담한 현실과 대조적인 선생님의 영시 강의는 판잣집 강의실을 환상의 세계로 인도하곤 했다”고 추억했다.
이어 “선생님은 제자들을 친구처럼 대하고 함께 여행하길 즐기셨다”면서 “설악산 여행 갔을 때 식당 벽난로 앞에서 선생님과 나눴던 환담은 두고두고 기억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고인이 별세하기 얼마 전까지 제자들과 호텔 뷔페 점심모임을 정기적으로 가지면서 사제지간을 잊게 하는 융화력을 보여줬던 일도 회고했다. 추모사에 이어 고인이 생전 즐겨 들었던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소나타가 피아노(윤철희)와 바이올린(배상은)으로 각각 연주됐다.
피수영 울산의대 교수는 유족을 대표해 참석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피 교수는 고인을 ‘아빠’라고 부르면서 “밖에선 아빠가 딸(피서영 미국 보스턴대 교수)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담은 글을 여러 편 썼기에 무남독녀를 뒀나 보다 짐작하는데, 아빠는 두 아들에게도 가장 친하고 비밀없는 친구였다”고 말했다.
한편 23일엔 <금아 피천득 문학 전집> 이 샘터 출판사를 통해 출간됐다. 전집은 고인의 수필 모음집 <인연> , 시 모음집 <생명> , 세계 명시 번역집 <내가 사랑하는 시> 와 셰익스피어가 쓴 소네트(유럽 정형시) 154편 번역집 <셰익스피어 소네트> 등 4권으로 구성됐다. 셰익스피어> 내가> 생명> 인연> 금아>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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