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개혁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가 마련 중인 공기업 구조조정안에 따르면 305개 공기업이 민영화, 통폐합, 자체 구조조정, 청산 등 크게 네 가지 방식으로 처리된다고 한다. 예컨대 산업은행 우리금융 등 50여 곳은 민영화하고, 주택공사와 토지공사 등 기능이 중복되는 50여 곳은 통폐합하겠다는 방침이다. 공공성이 강한 의료, 도로 항만, 상수도 발전은 민영화하지 않기로 했다. 이 같은 구조조정을 통해 공공기관 임직원수가 26만여 명에서 18만 명으로 3분의 1 가량 줄어들게 된다. 민영화에 따른 매각 대금 63조원은 일자리 창출과 지방경제 활성화에 쓰이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공기업들이 마침내 개혁의 칼날을 받게 된 셈이다. 민간기업은 경영여건 악화로 살아 남기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공기업들은 구조조정 사각지대에서 방만ㆍ부실 경영으로 국민 혈세를 펑펑 쓴다는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낙하산 사장’은 노조를 달래기 위해 자신과 임직원들의 월급 올리기를 반복하면서 끼리끼리 공존공영했다. 월급쟁이 천국, 신이 내린 직장이 돼 버린 것이다. 감사원이 최근 발표한 1단계 공공기관 감사 결과에 따르면 31개 기관이 부당하게 집행한 예산과 경비만 1조원에 이를 정도다.
공기업 개혁안은 민영화 대상이 많고,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유사기관 통폐합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에너지 공기업들을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논란이 될 수 있다. 이는 10년 전 김대중 정권의 민영화 방안보다 후퇴한 것이다. 만성 적자로 신음하는 코레일을 매각하지 않기로 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공기업 개혁은 속전속결로 해야 한다. 정권 초기 개혁에 대한 지지가 높을 때 추진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때를 놓치면 노조와 임직원의 반발에 밀려 무산될 개연성이 높다. 공기업 개혁은 이명박 정부의 성패를 가름하는 일이다. 이해집단의 반발에 흔들려서는 죽도 밥도 안 된다. 다만 직장을 잃게 되는 임직원에 대해서는 재취업 알선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공공기관 이전을 전제로 수립된 혁신도시 건설 방안도 보완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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