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 건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가 의뢰한 대운하를 연구 중인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이 “대운하 건설은 국토의 대재앙”이라는 입장을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정부가 여론의 강한 반대를 의식해 궤도수정한 ‘뱃길 복원’조차도 결국 운하추진을 위한 준비작업이라고 규정해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 비판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파문의 진원지는 지식경제부 산하 건설기술연구원 첨단환경연구실에서 일하는 김이태 책임연구원(46). 김 연구원 23일 포털사이트 다음에 ‘대운하에 참여하는 연구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운하 건설과 뱃길 복원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김 연구원은 “한반도 물길 잇기와 4대강 정비계획의 실체는 운하계획”이라며 “제대로 된 전문가들이라면 운하건설로 인한 대재앙은 상식적으로 명확하게 예측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토부 TF팀으로부터 매일 매일 반대논리에 대한 정답을 내놓으라고 요구받고 있는데,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반대논리를 뒤집을 대안이 없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10년을 연구했다는 실체는 하나도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토부의 비밀조직(운하건설TF팀)과 보안각서 작성요구 등을 언급하면서 “군사작전도 아닌 한반도 물길잇기가 왜 특급비밀이 돼야 하나. 국토부가 정상적인 조직을 둬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국토부와 건기원은 이에 대해 ▦보안각서 작성은 어느 용역에서나 당연히 확정되지 않은 연구내용의 외부유출을 막기 위해 이뤄지는 것이고 ▦용역을 준 정부는 연구내용에 대해 수시로 질의할 수 있고 ▦김 박사는 수질분야 전문가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건기연 우호섭 부원장(원장 직무대행)은 “김 박사는 평소 대운하에 대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신념’을 밝힌 것이며, 본인의 신념에 반대되는 용역 연구에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건기연은 일단 김 연구원의 공개 내용이 중대 기밀이 아닌 개인의 의견인 만큼, 원규(院規)에 따른 처벌 대상이 아니라면서도, 국토부 용역연구에서 김 연구원을 배제할 방침이다.
정부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 파문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용기 있는 행동에 감사드린다”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했고, 야권은 “정부의 오랜 거짓말의 꼬리가 잡혔다”(민주노동당) “양심적인 연구원의 폭로로 국민에 대한 정부의 꼼수가 드러났다”(통합민주당)고 질타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