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형, 파리를 사랑하십니까?-김병석(필명 희나리)
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 주최하는 ‘문장 청소년 문학상’ 4월 시 장원에 김병석(양천고 졸) 군의 <안형, 파리를 사랑하십니까?> 가 뽑혔다. 최근복(강릉고) 군의 <검은 입술> 과 <예술의 존재 의의- 체제에의 순응과 억압에 따른 저항> 은 각각 이야기글과 비평ㆍ감상글 장원에 선정됐다. 생활글 부문에는 김선아(경희여고) 양의 <발가락이 닮았다> 가 장원에 올랐다. 당선작은 ‘문장’ 홈페이지(www.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발가락이> 예술의> 검은> 안형,>
안형, 파리를 사랑하십니까?*
- 김병석(필명 희나리)
양막을 찢고 태반을 매단채
구멍을 기어나오는 탄생을
나는 아직도 사랑하는데,
-차라리 파리처럼
눈을 감으면 어둠 속에서
더 짙은 눈동자가 바라보고 있었다
허릿춤에 적셔놓았던 은
숟가락을 꺼내어
흔들리는 눈동자에서 푹
밥 한 술 떠 먹는다
밥은 나의 내장을 바라보며
나를 빨아먹고는 시커멓게 썩자.
죽음으로 치환되어 오는 역사가
또다시 흰 쌀알같은 자식으로 자라길
더 맛좋은 죽음을 바라보며, 바보라며.
언제 내 이빨에 끼어들은 구더기일까
이미 내가 집어 삼킨 눈알이 달그락 거린다
-차라리 파리처럼
무엇이 더 맛좋은 지 아는 날개짓을.
죽어가는 파리 꽁무니 끝에
꾸물거리는 쌀알이 솟는다
죽은 자의 무덤은,
태어나는 자의 무덤도
저 파리들의 허공이다.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에서 인용 서울,>
▲ 심사평
희나리의 <안형, 파리를 사랑하십니까?> 는 시어들 사이의 완성미 있는 비유망이, 시의 상징을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또한 일상의 소소한 사건으로부터 죽음과 삶의 기의가 결코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있는 인식이 매우 돋보입니다. 이는 인식의 성숙한 깊이를 잘 보여준다 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자신이 관찰한 것을 언어화하여 읽는 이에게 감흥으로 전달하는 힘이 매우 돋보이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김경주ㆍ시인 안형,>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터넷한국일보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인터넷한국일보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