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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청소년 문학상' 4월 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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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청소년 문학상' 4월 장원

입력
2008.05.26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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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형, 파리를 사랑하십니까?-김병석(필명 희나리)

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 주최하는 ‘문장 청소년 문학상’ 4월 시 장원에 김병석(양천고 졸) 군의 <안형, 파리를 사랑하십니까?> 가 뽑혔다. 최근복(강릉고) 군의 <검은 입술> 과 <예술의 존재 의의- 체제에의 순응과 억압에 따른 저항> 은 각각 이야기글과 비평ㆍ감상글 장원에 선정됐다. 생활글 부문에는 김선아(경희여고) 양의 <발가락이 닮았다> 가 장원에 올랐다. 당선작은 ‘문장’ 홈페이지(www.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안형, 파리를 사랑하십니까?*

- 김병석(필명 희나리)

양막을 찢고 태반을 매단채

구멍을 기어나오는 탄생을

나는 아직도 사랑하는데,

-차라리 파리처럼

눈을 감으면 어둠 속에서

더 짙은 눈동자가 바라보고 있었다

허릿춤에 적셔놓았던 은

숟가락을 꺼내어

흔들리는 눈동자에서 푹

밥 한 술 떠 먹는다

밥은 나의 내장을 바라보며

나를 빨아먹고는 시커멓게 썩자.

죽음으로 치환되어 오는 역사가

또다시 흰 쌀알같은 자식으로 자라길

더 맛좋은 죽음을 바라보며, 바보라며.

언제 내 이빨에 끼어들은 구더기일까

이미 내가 집어 삼킨 눈알이 달그락 거린다

-차라리 파리처럼

무엇이 더 맛좋은 지 아는 날개짓을.

죽어가는 파리 꽁무니 끝에

꾸물거리는 쌀알이 솟는다

죽은 자의 무덤은,

태어나는 자의 무덤도

저 파리들의 허공이다.

*김승옥 <서울, 1964년 겨울> 에서 인용

▲ 심사평

희나리의 <안형, 파리를 사랑하십니까?> 는 시어들 사이의 완성미 있는 비유망이, 시의 상징을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또한 일상의 소소한 사건으로부터 죽음과 삶의 기의가 결코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있는 인식이 매우 돋보입니다. 이는 인식의 성숙한 깊이를 잘 보여준다 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자신이 관찰한 것을 언어화하여 읽는 이에게 감흥으로 전달하는 힘이 매우 돋보이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김경주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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